보험 가입자가 교통사고를 당한 뒤 병원을 옮겨다니며 치료를 받느라 보험사의 소송서류를 제대로 받아보지도 못하고 패소가 확정됐다면 구제돼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수원지법 민사항소3부(김동하 부장판사)는 8일 김모씨(41)가 H보험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보험사는 김씨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라"며 이같이 판결했다. 2001년 10월 하반신이 완전 마비되는 사고를 당한 김씨는 첫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그해 12월 병원을 옮겼다. 이듬해 6월에는 S재활병원으로,같은해 10월에는 국립재활병원으로 다시 옮겨 치료를 받았다. 병원 사정상 김씨 같은 중환자는 한 병원에 오래 입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치료를 받느라 집에 가지 못하게 된 그는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부모님 집으로 옮겼다. 이 과정에서 가해차량 보험사인 H보험사는 2002년 7월 김씨를 상대로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을 냈다. 문제는 김씨가 국립재활병원으로 옮긴 뒤에도 보험사가 S재활병원을 송달처로 해 소송서류를 접수했고 법원도 같은 곳으로 변론기일 통지서를 보냈다는 것. 재판부는 김씨의 주소지가 '송달불능'으로 나타나자 민사소송법상 자백한 것으로 간주하는 '의제자백' 규정에 따라 원고승소 판결하고 사건을 마무리지었다. 처음에 소장만 한 번 받아보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소송이 끝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김씨는 "보험사가 일부러 송달불능 주소로 소송서류를 접수해 의제자백 판결을 받아낸 것"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보험사나 1심 법원은 김씨의 주소를 확인하거나 김씨에게 주소를 고치도록 요구하지 않은 채 재판을 끝낸 잘못이 있다"고 판결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