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버린이 막나가고 있다. SK㈜에 대해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중인 소버린자산운용의 제임스 피터 대표는 8일자 파이낸셜타임스(FT)지와의 인터뷰에서 최태원 SK㈜ 회장을 '부랑아'(pariah) '뻔뻔스럽다'(brazen)라며 노골적인 인신공격을 퍼부었다. 피터 대표는 최 회장이 SK글로벌 분식회계 혐의로 7개월간 수감생활을 거친 뒤 회장직에 복귀한데 대해 "정부가 왜 다른 나라에서는 '부랑아'로 간주되는 인물의 그같은 움직임을 허용했는지 알고 싶다"고 주장했다. "SK㈜의 지배구조를 바꿔 모든 주주의 이익에 부합되는 회사를 만들어주겠다"며 점잖게 훈수(?)를 두겠다던 소버린이 입에 담기 어려운 막말까지 동원한 것은 무슨 이유에설까. 증권가에서는 대체로 소버린에 '피치 못할 사연'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내년 3월 주총 표대결을 앞두고 소버린이 다급해졌다는 것이다. 지난 주총서 경영권 장악에 실패한 소버린으로선 내년이 마지막 기회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사회 중심경영 등 선진적 기업지배구조와 사상최대실적을 앞세운 SK㈜에 대해 꼬투리잡을 명분이 약해지자 해묵은 이슈들을 총동원,파상공세를 펴고 있다는 것. 한 애널리스트는 "소버린이 내년 주총때 최 회장을 몰아내려면 50% 이상 주주의 지지를 얻어야 하는데 불가능에 가깝다"며 "소버린은 SK㈜를 압박해 많은 것을 챙기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버린이 한국증시를 빠져나갈 명분쌓기에 골몰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소버린은 SK㈜ 주식 투자로 9천억원이 넘는 엄청난 평가차익을 보고 있지만 현금화하지 않는 이상 '그림의 떡'에 불과하기 때문.보유주식을 프리미엄을 받고 SK㈜에 되파는 그린메일(green mail) 밖에는 달리 방법이 없지만 이 경우 식언한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소버린이 어디까지 나갈지가 궁금하다. 김병일 산업부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