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에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재선이 유력시되는 가운데 존 케리 민주당 후보가 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국내외 증시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오하이오 등 일부 지역에서 선거 결과의 확정이 늦어지면 당분간 미국을 비롯한세계 증시의 불확실성이 증폭될 가능성이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지난 2000년 대선 당시 이번과 비슷한 문제로 당선자 확정에 36일이나 걸렸던 플로리다 재검표의 악몽을 환기시켰다. 하지만 이같은 불확실성이 몇 달 이상 장기화할 가능성이 낮아 경제 펀더멘털에영향을 미칠 우려가 없기 때문에 국내외 증시도 최근의 추세에서 이탈하지 않고 관망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 증시 불확실성 증폭되나 부시와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가 격돌했던 지난 2000년 대선이후 30일간 미국증시는 'S&P500 지수' 기준으로 8%대나 빠졌다. 당시에도 민주당이 최대 격전지였던 플로리다주의 선거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재검표와 법정투쟁 소동을 빚은 끝에 부시의 당선이 확정됐다. 물론 당시 경제는 정보.기술(IT) 버블 붕괴로 내리막길이어서 증시가 하락 압력을 받고 있었지만 대통령 선거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도 지수 급락에 큰 영향을 미쳤다. 따라서 오하이오 지역의 선거 결과에 대한 논란이 2000년 플로리다의 상황으로치닫지않겠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LG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선거 결과가 신속하게 나오지않을 경우 단기적으로 증시에 불활실성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상황 악화 가능성은 낮아 하지만 미국이 대통령 선거 결과의 확정 지연으로 한 차례 혼란을 경험했기 때문에 2000년 상황처럼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부재자 투표를 포함한 오하이오의 최종 개표 결과가 나올 오는 13일 이전에 여론의 향배가 결정되면서 부시의 당선이 기정사실화되면 법정 투쟁으로 가지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해 나스닥 선물은 5시50분 현재 17.50포인트나 상승한 1,515.50포인트를 기록하는 등 견조한 흐름이다. 대우증권 홍성국 투자분석부장은 "나스닥선물의 움직임을 볼때 시장은 부시의당선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홍 부장은 "대통령 당선자 확정에 설사 시간이 좀 걸린다고해도 경제 펀더멘털과는 무관하기 때문에 증시가 크게 흔들릴 것이라는 걱정은 지나치다"면서 "다만 시장 참가자들의 관망세가 이어질 가능성은 있다"고 강조했다. 굿모닝신한증권의 김학균 시황분석가는 "미국이 지난 2000년 대선에서 교훈을얻었기때문에 당선자 결정이 장기화하는 일은 없을 것이며 따라서 증시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 부시 당선되면 증시에 중립적 부시의 재선이 확정돼 미국의 현 정책 기조가 그대로 유지될 경우 미국 경제는현재의 흐름을 유지할 것이고 이는 한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의 움직임에도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예상을 가능케 한다. 부시는 재정적자의 해소보다 현재의 감세정책을 그대로 유지하는 한편 개인소득세의 감세를 영구화해 소비증대를 유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미국내 소비를 늘려결과적으로 한국의 수출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통상정책 역시 기본적으로 자유무역주의를 표방하고 있어 한국의 산업에 악재가될 가능성은 낮다. ◆ 국제유가.대북정책은 부정적 하지만 부시가 당선될 경우 유가에는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 부시는 테러와의전쟁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어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아지고테러를 격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부시는 대 테러전쟁 수행을 위해 전략비축유를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국제석유시장의 심리를 불안하게 할 수 있다. 부시가 우세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시간외 전자거래에서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 선물 가격은 다시 50달러선을 넘는 강세를 보였다. 유가가 오르면 석유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물가가 불안해지면서 내수부진을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이는 증시의 내수주 주가에 부정적 요인이다. 부시의 대북 강경책도 외국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증시엔 부담이다. 재 선으로 자신감을 얻은 부시가 핵문제 등과 관련, 북한을 강하게 압박할 경우 시장의불안감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부시는 자신의 재임기간 중 급격히 불어난 경상수지 악화를 국내 소비보다 대외수출의 활성화에서 돌파구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달러 약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이는 우리나라의 유일한 성장 버팀목인 수출에 큰 악재가 될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종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