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영 한국여성발명협회 회장 myhan58@hotmail.com > 빨강,노랑,주홍,자주,초록,파란하늘. 활활 타오르는 단풍의 불길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어디 설악산과 지리산 뿐이랴. 도심의 큰 길,작은 길…. 한발짝만 나가도 아름다운 단풍들이 온 천지를 채우고 있다. 모든 것이 풍성하다는 가을,수확의 계절이라는 가을에 나도 무언가 하나를 수확하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일본의 어떤 할머니가 집에서 손자들을 돌보며 속옷을 만들어 입히곤 했는데,무릎까지 닿을 정도의 긴 속옷이 뛰노는데 몹시 불편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당시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반바지에 가까운 속옷밖에 없었기 때문에 이 속옷이 바지 사이에 휘말려 들어가 불편했던 것이다. 어느 여름날 할머니는 가위를 찾아 손자들의 긴 속옷을 싹둑싹둑 잘라 짧게 만들어 입혔다. 이것이 삼각팬티의 시초였다. 한 할머니가 생활의 불편함을 조금 개선한 것이 모든 사람의 속옷을 변화시킨 큰 발명이 된 것이다. 물론 특허를 내고 돈방석에도 올랐다. 50대 중반의 사쿠라이라는 할머니가 이렇게 삼각 팬티를 만든 것이 1952년이었다. 가장 높은 수익성과 유용성을 지닌 발명품은 모두 생활 주변의 간단한 아이디어에서 탄생되고,그 결과물을 보면 '아! 그런 것이라면 나도 할 수 있었을텐데…'라고 생각할 만큼 어렵지 않은 발명들이 많다. 작더라도 유용하게 쓰이는 것은 물론 정말 많은 사람들을 위한 발명인 것이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색다른 일을 해보고 싶은 충동적인 욕구가 내재돼 있다. 그것을 돌출시키고 개발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 무엇을 만들어 낸다는 것,만들어 본다는 것,그리고 발명하는 사람과 하지 않는 사람의 차이는 아주 작다. 누구든지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을 실천에 옮기느냐 옮기지 않느냐의 차이인 것이다. 한 아주머니가 설거지를 하다 현관에 누가 찾아오면 수돗물을 잠그고 나가거나 물을 틀어놓고 나가는 바람에 물이 낭비되는 것을 보고 안타까웠다. 물도 절약하고 두 손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방법을 찾다 생각해낸 것이 발로 작동하는 절수기다. 막연한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는 요즘,한 번쯤 이런 시도를 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발명은 항상 우리 주변 가까이에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