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문제가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다. 중국 당국이 26일 베이징 외곽에 있는 탈북자 집단 은신처를 급습,한국행을 계획하던 탈북 추정자를 대거 연행한 게 단적인 사례다. 전격적인 연행이 이뤄진지 수 시간 뒤 중국 외교부 장치웨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을 통해 "탈북자 지원 배후를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탈북자 지원 배후를 '셔터우(蛇頭·밀입국 알선조직의 두목)'로 표현했다. 장 대변인의 이날 발언은 다음날 베이징청년보의 1면 톱기사 등 대부분 중국언론의 1면 주요기사로 다뤄졌다. 민감한 외교기사는 가급적 다루지 않는 걸 원칙으로 하는 중국의 언론지침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것이다. 베이징의 일간지 신경보는 탈북 추정자 등 60명에 대한 연행 상황을 이날자에 상세히 싣기도 했다. 물론 이런 변화는 중국의 속사정을 반영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북한인권법안 통과로 중국내 외국공관 및 국제학교에 진입하는 기획탈북이 대형화 추세를 보이면서 중국 당국은 치안유지는 물론 외국인의 생명과 재산까지 위협당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중국의 탈북자처리 변화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은 너무 조용하다는 느낌이다. 주중 한국대사관은 탈북자 집단 연행에 대해 강제 북송하지 말고 인도주의 정신에 입각,서울행을 허용해주도록 요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주중 대사관은 베이징 특파원단에 자극적인 탈북자 기사를 자제해달라고까지 했다. '조용한 외교'만을 고수하고 있다.탈북자 문제의 뿌리는 북한의 체제불안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해결책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중국의 최근 강경조치는 대량 탈북기획을 잠재우기 위한 시위성이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탈북자들의 한국행을 용인해온 중국 정부의 탈북자 정책이 강경으로 선회하면서 우리 정부의 '조용한' 탈북자 정책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우리 정부의 종합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