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불륜이냐고 물으실 겁니다." 27일 첫 방송하는 MBC TV '12월의 열대야'(극본 배유미)의 연출을 맡은 이태곤PD가 25일 기자간담회에서 말한 첫 마디다. 너무 흔한 드라마 소재인 기혼자의 불륜을 다루고 있어 주위의 비판 어린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처음으로 미니시리즈 드라마의 연출을 맡은 이 PD는 "신나게 웃다가 엔딩에서눈물 한 방울 뚝 떨어지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며 "순진한 주부가 바람났을 때 남자가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 그리려 한다. 무거운 소재이지만 가벼운 에피소드와 섞인다. 중반까지는 밝은 톤이다"며 그 나름대로 새로운 느낌을 주는 드라마를 선보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실제로 이날 시사회를 통해 선보인 드라마의 1부는 빠른 줄거리와 박장대소하게하는 코믹한 에피소드에 힘입어 상당한 흡입력을 보였다. 여기에 주연을 맡은 엄정화는 물오른 연기력으로 푼수 아줌마 역을 소화했다. 엄정화로서는 이 드라마에서 불륜과 코믹의 선상에 서서 신인급 연기자들의 연기력까지 조율하는 임무를 맡고 있는 셈이다. 아울러 MBC TV '로망스', '위풍당당 그녀'로 필력을 인정받은 배유미 작가의 극전개도 돋보였다. 드라마에서 엄정화는 푼수기가 다분한 전업 주부 오영심 역을 맡았다. 극 중반이후에는 남편과 자식을 버릴 정도로 사랑에 눈이 먼 연기를 하게 될 그이지만 초반에는 시트콤 주인공에 버금갈 정도로 코믹하고 귀여운 이미지를 선보인다. 임신을 빌미로 의사 민지환(신성우)과 결혼한 오영심은 시댁의 구박 덩어리다. '가방 끈 짧은' 오영심은 라디오 방송에서 결혼 전 남편을 쫓아다닌 이야기도 스스럼없이 하는 철 없고 명랑한 주부다. 덕분에 시어머니로부터 '무뇌아냐, 아는 게 뭐냐'는 핀잔을 받기 일쑤다. 엄정화는 카메라 앞에서 이제 제대로 놀 줄 아는 배우가 돼 있다. 순진무구의얼굴과 순박한 마음을 고스란히 전해주면서 시청자를 흡입하는 배우로 우뚝 서 있다. 이런 오영심은 우연히 만난 대학 휴학생 박정우(김남진)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최근 MBC TV '황태자의 첫사랑'에서 기대 이하의 연기력으로 팬들을 실망시킨 김남진이 '이번엔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로 고른 역할이다. 7년을 사귄 애인송지혜(최정원)로부터 버림을 받은 그는 설상가상으로 시한부 인생이라는 선고까지받는다. 결국 '막가자는 심정'으로 오영심의 사랑을 놓고 내기 게임을 벌인다. 엄정화의 파트너로서 그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 아무리 엄정화가 이끈다해도 그가 얼마만큼 따라오느냐가 이 드라마 성공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자칫 엄정화의 연기력에 더 파묻혀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영심의 남편이자 반듯한 원칙주의자 의사 역 민지환으로는 신성우가 출연한다. 그는 '위풍당당 그녀', '첫사랑'에 이어 최근 아침드라마 '아름다운 유혹'까지 연기자로서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불륜을 저지르는 역을 주로 맡다가 이번에는 반대 상황을 맞게 됐다. 최정원은 SBS TV '애정만세' 이후 6개월 만에 브라운관 나들이에 나섰다. 김남진의 애인이었다가 오영심의 동서가 되는 부잣집 딸로 나온다. '12월의 열대야'라는 제목은 주인공 오영심을 둘러싼 환경이 겨울처럼 차갑다는점과 사랑을 갈구해 잠 못 이루는 밤을 대비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