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비투자가 미약하게 나마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계수주액은 감소하는 반면 외국산 기계류의 수입이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설비투자 확대에도 불구하고 기계류 산업부문에서 고용증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21일 한국은행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8월중 설비투자 추계는 0.4% 증가, 지난해 같은 기간의 0.7% 감소와 비교해 미약하나마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1-8월중 기계류 출하는 0.8% 감소한 반면 기계류 수입액은 33.5%나 늘었다. 기계류 수입은 특히 지난 7월 작년 동기에 비해 35.1% 늘어난데 이어 8월에는 55.4%가 급증하는 등 갈수록 증가폭이 커지는 추세다. 이에 비해 설비투자의 선행지표 가운데 하나인 국내 기계수주액은 상반기중 두자릿수의 증가세를 보였으나 7월과 8월에는 각각 6.4%와 6.2%가 감소, 두달 연속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했다. 한은 관계자는 "이처럼 전반적인 설비투자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유독 외국산 기계류 수입만 급증하는 것은 반도체와 전기.전자 등 일부 정보기술(IT)업종에서 국내 조달이 불가능한 첨단설비 수입을 늘리는데 비해 비(非)IT 분야의 전통적인 제조업 부문에서는 설비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따라서 비록 일부 업종에서나마 설비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이로 인한 고용파급 효과는 크게 기대하기 힘들다는게 한은의 분석이다. 전경련의 한 임원은 "일부 대기업들의 투자내용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기존설비의 보완을 위한 업그레이드 투자나 연구개발 투자가 대부분이며 고용과 직결되는 생산능력 확충을 위한 투자는 찾아보기 힘들다"면서 "알맹이 없는 설비투자 지표 회복에 반색할 것이 아니라 고용확대로 이어질 수 있는 근본적인 투자활성화 대책이 마련되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기자 s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