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애니메이션이 수출에 날개를 달았다. 해외 업체들의 공동제작 제의가 잇따르면서 이달초 프랑스 칸에서 열린 방송프로그램 시장 '밉콤(MIPCOM) 2004'에서 사상 최고의 수출계약 및 상담 실적을 거뒀다. 국내 애니메이션 업체들이 이번 밉콤에서 거둔 실적은 계약 2천2백27만달러,상담 5천만달러 등 모두 7천2백27만달러.지난해보다 63.8%나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상담액의 80%가량이 실계약으로 이어진 점으로 미뤄볼 때 올해 상담액 중 4천만달러 가량이 실제 계약으로 성사될 전망이다. 한국 애니메이션의 이같은 약진은 창작 애니메이션의 비중 확대,해외 시장에서의 인적 네트워크 구축 등에 힘입은 결과로 풀이된다. 최근 몇년간 애니메이션 강국들이 경기침체로 인해 투자가 부진했던 데 비해 한국은 투자를 지속해 독창적인 기획을 담은 창작물을 만들어내왔던 점이 결실을 맺고 있는 것.특히 기획 제작 투자를 모두 자체적으로 해결해 완제품만 수출하는 일본과 달리 한국 애니메이션은 해외 업체들의 투자 및 제작 참여가 가능한 개방형 구조여서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밉콤 2004'에서 유럽 업체들의 공동제작 제의가 잇따랐다. 캐나다의 FRV미디어,독일의 ZDF엔터프라이즈는 이미지플러스의 '드레곤'을 공동 제작키로 하고 7년간 1천4백78만달러의 로열티를 내기로 했다. 또 캐릭터플랜의 '하디 퍼래니얼 피자(Hardy Perennial Pizza)'는 영국 애토믹엔터테인먼트와 5대5의 투자계약을 맺고 1백50만달러의 투자를 유치,최초의 한·영 공동제작 프로젝트가 됐다. 이밖에도 시너지미디어의 '빼꼼'(스페인 BRB인터내셔널),선우엔터테인먼트의 '믹스 마스터'(일본 중국업체),부즈의 '뿌까 퍼니 러브'(유럽계 팍스키즈) 등 해외 업체와 공동제작 중인 작품이 10여편에 이르고 있다. 또 각국 바이어들을 대상으로 한 시사회에서도 54개국 8백7개 작품 가운데 '드레곤'(3위) '오드 패밀리'(7위) '빼꼼'(19위) '아이언 키즈'(31위) 등이 시사 횟수 최상위권에 들었다. 이 중 '빼꼼'은 '라이선싱 챌린지' 부문에서 대상을 차지하며 스페인 BRB인터내셔널과 투자 및 배급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상길 문화콘텐츠진흥원 애니메이션산업팀장은 "한국 애니메이션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한국과의 공동 제작에 관심을 갖는 유럽 제작사들이 크게 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세계 애니메이션 최강국인 일본의 견제가 노골화되고 있는 데다 대만 싱가포르 등이 경쟁에 뛰어든 점은 향후 애니메이션 수출전선의 장애물이 될 전망이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