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강현 한국가스공사 사장 > 국제 유가가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중질유가 사상 처음으로 배럴당 54달러를 돌파했으며 중동산 두바이유도 37달러선에 육박하고 있다. 이러한 고유가 기조는 해외 에너지 의존도가 97%에 이르고 주요 산업이 에너지 다소비 위주로 구성된 우리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우리나라와 중국,러시아를 둘러싼 동북아 에너지환경도 급변하고 있다. 동북아에는 세계 최대 에너지 자원보유국인 러시아와 해외수입에 절대 의존하는 일본과 한국,해외 의존도가 심화되는 중국과 바다 건너 미국이 있다. 러시아는 세계 2위 석유생산국이자 세계 천연가스 매장량의 27%를 보유하고 있는 세계최대 생산국이다. 우리와 인접한 동시베리아와 사할린은 석유는 물론 풍부한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어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공급처로 부상했다. 우리나라는 1995년 극동 사하지역의 석유 및 가스자원에 대한 타당성조사를 실시했고 99년엔 중·러가 추진중인 이르쿠츠크 가스사업 타당성조사에 참여해 작년말에 완료했다. 현재 각국 정부는 타당성조사 결과에 대한 검토 및 승인작업을 하고 있으나 최근 러시아의 국가 에너지정책 변화로 동사업이 사실상 어려워지게 됐다. 러시아 정부는 2003년 국영가스회사 가스프롬이 수립한 극동과 동시베리아 가스전 통합개발계획 및 배관건설구상(UGSS)을 추진하고 있다. 동 계획에 의하면 극동과 동시베리아의 모든 가스자원을 통합 개발하고 해외 수출은 극동 나홋카를 통하도록 하는 것이다. 통합가스관 서쪽 구간은 이르쿠츠크사업에서 결정된 노선이 아니라 러시아가 아·태지역 석유수출을 위해 추진중인 앙갈스크~나홋카 송유관 노선과 동일하다. 중국은 90년대 중반부터 이르쿠츠크 가스전개발 및 앙갈스크~다칭으로의 송유관 건설을 추진해 왔으나 러시아 정책변화로 불투명해지고 있다. 일본은 70년대부터 사할린에너지를 꾸준히 확보해 왔고 러·일 정상회담을 통해 경제지원책을 제시,송유관의 중국 노선을 시베리아 나홋카로의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도 동시베리아와 사할린의 석유·천연가스에 대한 장기적인 이해를 가지고 이 지역을 주시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국영석유회사 로즈네프트를 가스프롬이 인수합병토록 하는 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이는 극동과 동시베리아 석유 및 가스자원에 대한 국가통제를 강화하고 통합 관리하며 소비국들간의 에너지 확보경쟁을 유발시켜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다. UGSS 추진에 대한 러시아정부의 구체적 계획과 일정은 올해말이나 내년초에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이제 극동 및 동시베리아 가스사업을 재조명하고 대안마련과 광범위한 동북아 에너지 확보전략을 수립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이 상황에서 지난 9월 노무현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은 대러 자원확보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우선 한·러간의 긴밀한 에너지 협력의 필요성을 확인하고 가스분야 협력을 위한 정부간 협정을 마련키로 했다. 가스공사도 작년에 체결한 가스프롬과의 협력협정에 더해 전략제휴,사할린 LNG 도입과 지분 참여 등 실질적 협력방안을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을 구축했다. 급변하는 에너지환경에서 한국이 선택해야할 장기적 동북아 에너지확보 전략은 무엇인가? 우선 이르쿠츠크 가스전 문제가 한·중·러의 외교적 마찰없이 정리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한국은 러시아에 매력적인 에너지시장일 뿐만 아니라 러시아와 에너지 다소비국 일본 중국의 중간자적인 역할 및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지리적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경쟁과 협력의 동북아 에너지 확보전략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석유·천연가스의 선점과 개발참여 및 지분확보,자국에 유리한 수송망 건설 등 경쟁이 불가피하다. 협력측면에선 경제규모의 에너지 시장형성과 자원개발에 대한 주변국의 기술과 자본 협력,이에 따른 위험과 이익의 공유,안정적 에너지 안보협력 체계구축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석유 가스 등 동북아의 에너지 실크로드건설을 통해 각국의 경제개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우리로선 해외 자원개발 기능 강화를 위한 기업체계의 정비와 아울러 통일에 대비한 에너지 전략 마련도 중요한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