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불치의 정신병에 걸리지 않은 이상 부인이 사랑과 희생으로 병의 치료를 위해 노력을 다하지 않았다면 정신병을 이혼사유로볼 수 없다는 확정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고현철 대법관)는 17일 A씨가 "남편의 망상장애에 의한 의처증때문에 고통받고 있다"며 남편 B씨를 상대로 낸 이혼 및 재산분할 등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가정은 부부 뿐만 아니라 자녀 등 모든 구성원의 공동생활을 보호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며 "부부중 한쪽에 발병한 불치의 정신병이 가족에게 언제 끝날지 모르는 정신적.육체적 희생을 요구하며 형편에 비춰 많은 재정적 지출을 요한다면 다른 배우자에게 한정없이 참고 살라고 강요할 순 없다"고 정신병도 경우에 따라 이혼사유가 될 수 있음을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증상이 가볍거나 회복 가능한 경우 배우자가 사랑과 희생으로 병의 치료에 진력하지 않은 이상 정신병 자체를 이혼사유로 볼 순 없다"며 "피고의 정신병이 불치병이라고 보기 어렵고 원고가 치료를 위해 취한 조치, 경제적 능력 등에 비춰 패소 판결한 원심이 가혹하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시했다. 73년 결혼해 슬하에 1남1녀를 둔 A씨는 B씨가 99년께부터 의처증 증세를 보이기 시작하더니 자신이 외도를 하고 재산을 빼돌린다고 의심하는가 하면 폭력을 행사하고 자녀들과 이웃에게도 험담을 늘어놓는 등 때문에 고통받다가 이혼 소송을 냈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