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출 줄 모르는 국제유가의 고공 행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주요 석유 소비국인 선진국의 경제관료들은 위기 상황에 대한 우려에서 더 나아가 위험을 실제로 느끼는 상황에서 절박한 경고를 보내고 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54달러에 육박하면서 항공사들은 항공기 연료 가격 폭등으로어려움을 겪고 있는 등 경제 전반에 대한 충격파가 확산되고 있지만 단시일 내에 석유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은 나오지 않고 있다. 존 스노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10일 CNN 회견에서 고유가가 미국 경제의 발목을잡고 있다고 말해 고유가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스노 장관은 "유가상승은 미국 경제에 역풍이 되고 있다. 고유가가 아니라면 미국 경제가 매우 강력했을 것"이라고 말하고 "고유가는 세금처럼 사람들의 가처분소득을 빼앗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현재의 유가는 시장의 원칙을 벗어난 것이며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고유가로 인해 내년에는 세계경제의 회복세가 둔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IMF는 최근의 세계경제 상황 평가에서 전세계의 생산이 현재는 30년만에 가장 높은 5%의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지만 내년에는 4.3%로 성장률이 떨어질것으로 전망했다. 국제유가는 지난 1년 사이에 거의 2배로 상승했으나 인플레율을 감안한 불변 가격으로는 지난 70년대의 석유파동 당시보다는 훨씬 못미치는 수준이다. 그러나 니콜라스 사르코지 프랑스 재무장관은 13일 유가의 상승세가 진정될 기미가 없다고 경고하고 70년대 석유파동 당시 선진 산업 국가들이 시행했던 강력한에너지 절약 정책을 펼 것을 촉구했다. 석유파동 당시 선진국들은 석유가 세계경제에 미치는 전략적 영향력을 인식하고 고유가 문제에 적극 대처한 바 있다. 독일, 프랑스 등 유로랜드(유로화 가입 12개국)에서도 고유가로 인한 피해가 가시화되고 있다. 독일의 ZEW 경제연구소가 297명의 애널리스트와 기관투자가에 대해 설문조사를실시한 결과 독일 경제의 10월 경기기대 지수가 지난 16개월만에 최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경제도 지난 8월 산업 생산이 1.9% 감소하는 등 후퇴 조짐을보이고 있다. 볼프강 프란츠 ZEW 소장은 "유가가 계속 상승하면서 세계경제의 성장 동력이 감소함에 따라 경제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우세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파리 AFP=연합뉴스) songb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