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영화를 찍고 싶었다." '접속' '텔미썸딩'으로 한국영화계에 새로운 스타일을 선보였던 장윤현 감독이5년 만에 신작을 선보였다. 12일 오후 서울극장에서 첫 공개 시사회를 가진 '썸' 역시 하루를 배경으로 데자부(旣視感)라는 독특한 소재에서 출발한 미스터리 액션 영화. 자동차 추격 등의 장면에서 놀라운 솜씨를 보인 이 영화의 총제작비는 65억 원.감독이자 제작사 씨앤필름의 대표인 장 감독은 "내 영화의 제작자까지 겸하고 있어여러모로 떨린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데자부는 독특한 소재다. ▲우리는 삶이 연속됐다고 생각하지만 꿈을 꾸거나 생각을 하면서 잠깐씩 단절된다. 그 연장선상에서, '혹시 어떤 삶을 살고 있다면 그것이 그전의 하루를 기억하며 사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한 설정에서 영화 속에서 하루라는 데자부를 표현했다. 극중에는 두 가지 데자부가 등장한다. 하나는 일종의 사인(sign)같은 데자부이고 또 하나는 기억이다. 경험했던 삶을 기억해내며 반복하는 것이다.작업을 하다보니 데자부라는 것이 '환생' '마이너리티 리포트' 등의 영화와 별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전자보다는 기억처럼 보이게 신경 썼다. --데자부를 느끼는 여주인공이 마치 점쟁이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데자부 그대로 주인공들의 미래가 결정되는 것도 아니다. ▲영화 속 데자부는 우리가 살았던 삶을 보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다시 반복됐을 때 여러 갈래 길 중 같은 길을 선택할 수도 있고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다.결론이 바뀔 수 있는 것이다. --제목 '썸(some)'은 무슨 의미인가. ▲특별한 의미가 있다기보다 이 영화를 대표하는, 떠올리게 하는 하나의 고유명사를 찾다가 고른 단어다. 영화를 하나의 글자로 표현하고 싶었다. --전작들에서는 한석규, 심은하, 전도연 등 톱스타들과 작업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신인(송지효) 혹은 영화 신인(고수)이다. ▲전에 작업했던 배우들은 모두 최고였다. 하지만 나 자신 새로운 도전이 필요했고 젊은 영화를 찍고 싶었다. 나이가 들어가니까 젊은 감각을 배울 수 있는 배우들과 작업하고 싶어진다. 그 전까지는 베테랑들과 작업하니까 내가 무슨 얘기를 하면 편하게 받아들여졌지만 이번에는 상당히 의외의 반응이 많았다. 두 사람과 작업한 것이 내게는 아주 소중한 기회였다. 둘 다 배우로서 자격도 있지만 굉장히 품성이 좋다. --자동차 추격장면이 일품이다. 참조한 영화가 있는가. ▲무척 많다. 그중에서도 BMW가 제작한 8편의 광고 영화를 가장 많이 참조했다.그 안에는 자동차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이 들어 있다. 8편을 보면서 도대체 어떻게찍었을까 역추적해 촬영장에서 시도했다. 이번에도 강우석 감독님의 부탁으로 '공공의 적2'에서 자동차 추격신을 촬영하는데 '썸'보다는 좀 더 잘 찍을 수 있을 것 같다. 참, 참고로 스턴트 맨 정도는 아니지만 고수 씨가 운전을 아주 잘해 촬영에 많은 도움이 됐다. 관객이 보기엔 편안한 앵글이지만 고수 씨가 운전을 잘했기 때문에카메라의 앵글을 맞추기 어려운 액션도 제대로 나왔다. 아, 고수 씨가 스핀 턴(spinturn)을 연습하다가 차 한대를 박살냈다. 앞으로는 영화 촬영에서 스핀 턴은 공식적으로 안 하길 바란다(웃음). --하루 동안의 이야기를 7개월간 찍었다. 감회가 어떤가. ▲처음에는 5개월 정도 소요될 줄 알았는데 자동차 추격신 등에서 시간이 걸리면서 무려 7개월이나 지났다. 나는 물론이고 모든 사람이 다 아쉬워한다. '감독님한번 더 찍어요'라고 말하는데, 그 소리를 들으면 그동안 난 뭘 했나 싶기도 하다(웃음).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느라 시행착오가 많았다. 낯선 작업이라 어렵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에서도 여건만 허락하면 자동차 추격신도 잘 찍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한국 영화에서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하는 분야가 많은데, 그중에서도 기술적인 부분이 탁월하다. 일단 시체를 잘 만들고 사운드에서는 할리우드 A급 수준이다. 촬영용 도로만 잘 지어진다면 '매트릭스'도 찍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에 대해 불만스러운 점이 많지만, 그래도 한국 영화의 발전을 위해 의미있는 시도를 했다고 생각한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