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문화계에서는 40대가 가장 큰 수요자 그룹으로 떠올랐다. 영화 '실미도'나 '태극기 휘날리며'가 관객 1천만명 시대를 열 수 있었던 배경에는 40대 관객이 자리잡고 있다. 뮤지컬 '맘마미아'도 40대의 전폭적인 참여로 뮤지컬로는 드물게 2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할 수 있었다. 70∼80년대 그룹사운드를 초청해 마련한 음악회에도 40대 관객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이탈리아 베니스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44) 등 올해 세계 무대에서 한국 영화의 위상을 드높인 주인공들도 대부분 40대다. 문화적으로 뿐만 아니라 정치·경제적인 분야에서도 40대는 우리 사회의 '주춧돌'이다. 여야 정치권에서는 40대가 주도세력으로 자리잡았고 국회의원 2백99명 중 절반에 가까운 1백1명이 40대다. 경제활동에서도 40대는 30대를 제치고 주역으로 부상했다. 지난 6월 말 현재 40대 취업자 수는 6백24만9천명으로,30대(6백24만6천명)보다 많다. 기업에서도 40대가 임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40대는 우리사회의 '중심'이지만 이에 걸맞은 목소리를 전혀 내지 못하고 있다. 직장에선 산업화의 주역이라 자부하는 50대의 눈치를 살펴야 하고 밑으로는 세계화와 정보화의 물결에 편승한 30대에 의해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정치적으로도 개혁과 변화를 주장하는 20,30대와 기존 체제를 유지하려는 50,60대에 끼여 있다. 하지만 한국의 40대는 어느 세대보다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을 압축적으로 한 세대다. 2030세대와 달리 윗세대를 전부 부정하지 않으면서 사회통합을 이뤄낼 수 있는 유일한 세대이기도 하다. 특히 여론을 형성하는 능력이나 이를 전파하는 힘에서는 40대가 가장 뛰어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창간 40주년을 맞아 실시한 국민의식조사에서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40대는 우리사회의 '허리 역할'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이제 우리사회는 그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40대에게 장(場)을 마련해줘야 할 때다. 강동균 사회부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