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와 국내 조선업계가 후판 가격 인상폭과관련, 어느 정도 접점을 찾으면서 지난해부터 가격 인상을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였던 양 업종간에 모처럼 `해빙무드'가 감지되고 있다. 그러나 조선업계로서는 가격 인상에 따른 채산성 악화가 불가피한데다 시장상황에 따른 추가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불씨'는 남아 있는 상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조선업계는 전날 발표된 포스코의 선박용 후판 가격 인상방침과 관련, `인상 자체는 반길 일이 아니겠지만 포스코로서도 불가피한 인상 요인이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차선 정도의 성과는 얻었다'는 표정이다. 한 조선업체 관계자는 "시기만 확정되지 않았을 뿐 인상 자체가 얼마전부터 기정사실화돼온 데다 인상폭이 당초 예상보다는 낮아 수용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다만 비용부담 흡수를 위해 원가 절감 등 대응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조선업계가 가파른 원자재가 상승세에 시달려오며 포스코와 동국제강 등국내업체의 인상 움직임 때마다 반기를 들어왔던 선례에 비춰보면 다소 뜻밖의 반응이다. 앞서 포스코는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일본산 후판의 수입가격 상승 등에 따라 오는 18일 주문 투입분부터 조선용 후판의 내수가를 현재 t당 53만5천원에서 60만원으로 6만5천원씩 인상키로 했다. 인상 후에도 포스코의 t당 조선용 후판 가격은 동국제강(75만원)이나 일본산(69만원.미화 600달러) 수준은 여전히 한참 밑돌고 있어 포스코의 가격 인상에 따른 타업체의 즉각적인 추가 인상 가능성은 크지 않은 상태다. 실제로 포스코는 조선업체들과 협상 초기 과정에는 인상 기준가로 일본산 수입가격 정도를 제시했으나 조선업계의 실정을 감안, 협상 과정에서 인상폭을 어느 정도 낮췄으며 이 과정에서 포스코측과 각 조선소 구매 담당자들이 공동 실무자 협의를 갖고 인상가격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와 설득 과정을 거쳤다는 후문이다. 특히 포스코와 조선업계는 최근 들어 반목과 갈등관계는 서로에게 득보다는 실이 클 수 밖에 없다는 공감대를 형성, 수차례에 걸친 직.간접적 의사교환을 통해 상호 양보로 난국을 함께 타개하자는 쪽으로 의견접근을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포스코는 후판의 내수공급 물량 확대를 위해 수출 물량을 내수로 전환하고 노후 설비를 교체해 오는 2008년까지 50만t을 증산하는 한편 열연강판(핫코일)을 후판 대체 소재로 개발해 40만t 이상을 추가 공급키로 한 바 있다. 앞서 조선업계는 수주 초호황에도 불구, 지난해부터 가속화된 원자재가 상승과원화 강세 등 대내외적 환경 악화로 채산성이 악화되면서 철강업계에 가격 인상 자제를 계속 요구, 철강-조선업계간 팽팽한 신경전이 빚어져 왔다. 그러나 포스코의 연간 국내 조선업계 공급량(150만t)을 기준으로 할 때 이번 인상으로 연간 970억원 가량의 인상 요인이 발생, 수익성에 비상이 걸린데다 국제 가격 변동에 따른 포스코의 추가 인상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어 조선업계로서는 마냥마음을 놓을 처지는 아니다. 이에 더해 동국제강과 일본업체들도 장기적으로는 가격인상을 추가로 요구할 수도 있는 상황이어서 조선업계는 수익성 개선에 만전을 기한다는 전략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어쨌든 포스코와 조선소들이 서로의 입장을 조금씩 배려했다는데 이번 협상의 의의를 찾을 수 있다"며 "이같은 동반자적 관계가 앞으로도 유지될 수 있도록 양측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hanksong@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