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말로 끝내야 하는 쌀시장 개방 재협상이 '의무수입량(MMA) 확대'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다. 한국은 쌀 시장을 전면 개방(관세화)할 경우에 예상되는 수입량보다는 낮은 선에서 의무수입물량(국내소비량의 5~6%)을 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미국 중국 등 주요 협상 상대국들은 최소한 현재 의무수입량(국내소비량의 4%)의 두 배 이상인 9%로 늘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요구를 받아들이느니 차라리 관세화하는 쪽이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으나 농민 반발 등 국내문제를 우려해 아직까지 결론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쌀 협상이 타결되지 못하면 자동적으로 관세화로 이행해야 한다. ◆3%포인트 격차 미국 중국 태국 등 주요 협상국들은 한국측에 "의무수입물량을 향후 10년간 5% 추가로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중국측은 당초 20%에 가까운 확대방안을 제시했으나 최근 태도를 바꿔 5% 추가 개방을 요구한 미국 태국과 보조를 맞추고 있다. 이 경우 쌀 의무수입량은 지금까지의 4%에서 매년 0.5%포인트씩 늘려 10년 뒤에는 국내소비량의 9%로 늘어나게 된다. 한국측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박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쌀 소비가 줄고 있는 추세를 감안하면 UR 타결시 기준이 됐던 국내소비량(1986∼88년 평균소비량)의 4%(20만5천t)는 2008년에 가면 실제 국내소비량의 6%를 넘어서게 되고 2012년에는 7%를 초과하는 엄청난 규모"라고 설명했다. 말은 5% 늘어난 9%지만 2012년의 실질 소비량 기준으로는 무려 16%에 육박할 것이라는 얘기다. 다시 말해 소비량의 16%를 의무적으로 수입하는 것보다는 시장문을 열고 4백%에 육박하는 높은 세금을 매기는 것이 실제 쌀 수입량을 줄이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도 지난 99년 관세화 개방으로 돌아선 이후 실제 쌀 수입량이 의무수입량보다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1999년의 경우 실 수입량이 예정 의무수입량보다 4천3백t 적었고 2000년에는 8천5백t이나 적게 수입됐다는 것이다. 문제는 DDA협상의 기본골격조차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관세화를 받아들이는 것은 상당히 위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DDA협상에서 쌀 관세율을 급격하게 인하하는 쪽으로 결론이 나거나 한국이 개도국 지위를 상실할 경우 관세율은 빠른 속도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관세화 수용이 무조건 바람직하다고 볼 수만도 없다는 것이다. ◆시중판매 '의견접근' 관세화를 '유예'하는 기간은 10년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은 당초 유예기간을 5년으로 줄이는 방안을 주장했으나 최근 '10년 유예'쪽으로 돌아섰다. 중국 등은 처음에 1년 단위로 재협상하자고 요구했다가 5년으로 늘렸고,한국측 주장을 받아들여 10년간 유예하는 쪽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고 관계자는 말했다. 가공용이 아니라 쌀밥으로 먹을 수 있도록 '시장판매'를 허용하자는 요구는 한국측이 일부 수용의사를 밝혔다. 중국 태국 등은 국내소비량의 1∼2%를 시판용으로 판매할 것을 요구하는 반면 한국은 1% 이내의 '상징적인 수준'에서 시장판매를 허용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10월 말께 협상내용 공개 올해 말까지 협상을 종료하려면 최소한 11월 중순까지 협상결과를 세계무역기구(WTO)에 통보해야 한다. WTO 회원국들이 협상내용을 검토할 수 있도록 한 달 정도는 여유를 줘야 하기 때문이다. 협상안을 확정하기 전에 국내 의견수렴을 마쳐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늦어도 이달 말까지 국민에게 협상내용을 공개해야 한다. 농림부는 오는 22일로 예정된 국회 국정감사에서 쌀 협상결과를 설명할 방침이다. 그러나 농민단체 등이 쌀시장 추가개방에 적극 반대하고 있어 협상안을 확정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협상안이 국회 동의를 받지 못하면 협상은 결렬되고,결국 '관세화'로 가게 된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