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에 처한 중소 휴대폰 업체들이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금융권의 무차별 자금 회수로 돈줄이 거의 끊긴 데다 인수 기업 물색도 실패한 상황에서 외국자본 유치마저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회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외국에 넘어가면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기술이 유출된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8일 "CDMA 장비업체 현대시스콤의 대주주인 쓰리알이 지난 2월 중국계 미국 업체 UT스타컴에 CDMA 지식재산권을 넘기면서 ETRI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며 "ETRI 삼성전자 등이 공동 개발한 핵심 기술이 유출됐다면 민·형사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중소 휴대폰 업체들이 외국 업체들과 벌이고 있는 인수·합병(M&A) 협상이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맥슨텔레콤 기가텔레콤 텔슨전자 등은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SK텔레콤을 비롯한 대기업들에 인수를 요청했으나 이동통신 서비스 업체의 제조업 겸업은 안된다는 반대여론에 부딪쳐 무산됐다. 이에 회사의 전부 또는 일부를 외국 업체에 매각하기 위해 협상을 벌여왔다. 그러자 정부가 기술유출 방지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고 현대시스콤 건까지 불거져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외자유치를 추진해온 휴대폰 업체들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심정으로 외국 업체들에 손을 내밀고 있는데 정부가 도와주지는 않고 퇴로를 차단하고 있다는 얘기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위기에 처한 휴대폰 업체들을 내버려둬도 인력과 기술이 유출될 위험이 있다"며 "정부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