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 중질유(WTI)가격은 전날에 비해 배럴당 1.18 달러(2.4%)나 급등한 51.09 달러에서 거래가 마감됐다. 지난주말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지던 배럴당 50달러를 돌파한 후 다소 조정기를 거칠 것이라던 기대를 깨고 국제유가가 상승랠리를 계속하고 있는 셈이다. 장중 한때 배럴당 51.29 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던 이날 뉴욕 원유가는 NYMEX가지난 83년 원유 선물거래를 시작한 이후 최고가이며, 1년전에 비해서는 68%가 오른것이다. 국제 석유시장의 기준가격 역할을 해온 뉴욕의 이같은 유가는 인플레이션을 감안할 경우 배럴당 약 30 달러 수준으로 지난 1979년의 `오일 쇼크' 때에는 미치지못한다는게 원유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그린스펀 의장의 후임자중 하나로 하마평에 오르고있는 FRB의 벤 버난케 이사도 최근의 고유가 사태에 대해 "미국경제가 충분히 수용할 수 있다"고 밝힌바 있다. 문제는 `유가 50 달러' 시대가 장기화되면서 국제유가가 현재가치로 환산한 `오일 쇼크' 당시의 수준인 배럴당 60-70 달러까지 치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데 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51달러도 돌파한 가장 큰 이유는 허리케인 `아이반'에 의한멕시코만 일대 석유생산시설의 피해가 예상보다 깊은 데다 겨울철 수요가 증가하고있음에도 불구, 공급은 불확실성이 많다는 우려가 확산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하루 평균 170만 배럴을 생산하던 멕시코만 일대 석유시설은 지난달 13일 이후 총 1천480만 배럴의 생산차질을 빚었으며, 최근에도 하루평균 28%의 감산이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의 유류재고가 거의 30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가운데 빚어진 이같은생산차질은 ▲이라크 정정 불안 ▲나이지리아 원유공급 불안 ▲러시아 석유재벌 유코스 사태와 맞물려 원유 공급선에 대한 불안감을 확산시키고 있다. 이에 반해 수요는 줄어들기는 커녕, 오히려 늘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 현재의 시장수급 사정을 빡빡하게 만들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북반구의 겨울철이 다가오면서 난방유 등 계절적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신흥경제강국으로 부상하려는 중국과 인도의 석유수요 증가도 위축될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뉴욕 `피맷 USA'의 에너지 위기관리 담당자인 마이클 피츠패트릭은 블룸버그 통신에 "(미국의) 석유재고가 올 겨울 난방수요를 충족시킬 만큼 빠른 속도로 쌓여가지 않을 수도 있다는데 실망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배럴당 50달러를 넘어선 고유가 시대가 이라크 정세를 보다 명확히 보여줄 내년1월 총선 및 북반구의 겨울철이 끝나는 내년 봄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이래서 나온다. 석유분석가 조지 개스퍼는 AP통신에 "중동지역의 석유수출 추가 선적이 실질적으로 시작되고 미국의 원유재고가 늘어나고 있다는 확신이 없는 한 유가는 당분간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의 유가는 투기적 가수요가 가세한 결과이며, 단기적으로는 50달러이상에 머물더라도 당분간 40-50달러 사이에서 거래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런던 에너지 개발회사의 미국 지사장인 악셀 부시는 "뉴욕 기준으로 유가가 당분간 40-50달러 사이에 머물 것으로 본다"면서 "이라크의 폭력사태나 사우디아라비아의 테러 등이 있을 경우 유가가 더 높아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연합뉴스) 이래운 특파원 lr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