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와 웰빙 열풍에 휩싸인 미국에서 설탕이 점차 '왕따'가 되고 있다.


USA투데이는 설탕이 비만이나 당뇨에 걸리게 만들고 충치가 생기게 하는 등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최근 들어 설탕 생산과 판매가 모두 급속히 줄어들었다고 4일 보도했다.


미국의 1인당 연간 설탕(정제설탕) 소비량은 1970년 1백2파운드였으나 지난 99년에는 69파운드로 30여년 만에 32%나 격감했다.


설탕 판매도 지난 3년간 지속적으로 줄어든 데다 올 들어서는 지난해보다 4% 이상 감소했다.


수요 감소에 따라 생산량도 2000년을 피크로 지속적으로 줄어 올해는 7백70만t 수준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미국에서 이처럼 설탕이 외면당하고 있는 것은 비만이 사회문제가 될 정도로 심각해진 데다 각종 건강식품 붐을 타고 '저설탕 내지는 무설탕' 식품이 큰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설탕 함유량을 줄이거나 아예 없앤 가공식품의 종류는 99년 36종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6백7개로 늘어났고,올 들어 9월까지는 9백48개로 5년 만에 26배 이상 폭증했다.


시리얼 생산업체인 제너럴밀스는 최근 설탕 함유량을 75%까지 줄인 트릭스 시리얼을 내놓았고 켈로그도 프로스티드 플레이크 시리얼의 설탕 함유량을 33%로 낮췄다.


대표적인 청량음료 하와이언펀치도 설탕 함량을 65%나 줄였고,코카콜라 펩시 모두 저 설탕 콜라를 앞다투어 내놓고 있다.


오렌지주스도 무가당 제품이 더 잘 팔리고 있으며 설탕 성분이 없는 젤리도 등장했다.


이 같은 현상은 단지 당뇨병이나 다른 병에 대한 공포 때문만은 아니다.


사람들은 이제 설탕을 많이 먹는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며 설탕은 일종의 적(敵)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시장조사 업체인 '민텔즈 글로벌 뉴 프로덕트 데이터베이스'의 편집장 린 돈블래스터는 지적했다.


이에 대해 미국설탕협회 최고경영자 앤디 브리스코는 "정제 설탕은 다른 인공 감미료와는 달리 화학물질이나 방부제가 전혀 들어있지 않으며 티스푼 하나 분량에는 겨우 15cal만을 함유하고 있어 건강에 그렇게 나쁘지 않다"며 "대대적인 설탕소비 진작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김선태 기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