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도 빠짐없이 준비하라.' 요하네스 본프레레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이 오는 13일(한국시간) 자정 사활이 걸린 레바논과의 2006독일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7조리그 5차전을 위해 5일 현지적응훈련지인 아랍에미리트연합(UAE)으로 떠났다. 현재 3승1무로 레바논(3승1패)를 간발의 차로 따돌리고 조 1위를 달리고 있는 한국은 이번 경기에서 비기기만 해도 사실상 최종예선 진출을 확정하지만 만약 고배를 마시면 상상하기조차 싫은 비극에 직면하게 된다. 한국이 몰디브와의 최종 6차전을 따내도 레바논 역시 한 수 아래인 베트남을 무난하게 누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본프레레호의 레바논전 패배는 한국축구가 최소 2006년 말까지 간판을 내려야 하는 치욕의 상황으로 연결될 수 있는 것이다. 본프레레 감독은 레바논이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110위에 처져 있고 역대전적에서도 한국이 5전 전승을 달리고 있지만 모두 통계에 불과하고 원정경기인 만큼 한시도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으며 정보를 캐내기 위해 허정무 수석코치를 레바논의 평가전 장소에 보냈다. 본프레레 감독은 UAE 및 레바논에서 중동의 기후, 잔디 등에 대한 적응과 함께공격전술 훈련을 벌이는 등 빈틈없는 필승 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세트플레이 등 골 결정력 향상에 치중 본프레레 감독은 그동안 한박자 빠른 패스로 공격루트를 닦을 것을 주문하는 등 패스 위주의 훈련에 집중했다. 오죽했으면 한 해외파 선수가 "골이 세트플레이에서 많이 나오는데 세트플레이 연습을 하지 않는 것 같다"며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골 결정력을 높이는 연습에 소홀하다 보니 한국축구의 고질병인 마무리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지난달 베트남과의 4차전 전반의 경우 유효슈팅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당시 이천수(누만시아)가 정교한 프리킥을 베트남의 네트에 꽂아 힘겨운 승리를 거뒀지만 프리킥골은 개인의 능력에 따른 것이지 소집훈련을 통한 담금질의 결과는 아니었다. 본프레레 감독은 이같은 지적을 수용해 "득점력을 향상시키겠다"며 코너킥과 프리킥 세트플레이 전술훈련을 포함해 레바논과의 결전을 앞두고 '골을 넣는' 훈련에 비중을 둘 뜻임을 시사한 바 있다. ▲톱니바퀴 협력수비도 발등의 불 본프레레 감독은 수비의 핵 유상철(요코하마)이 갈비뼈 부상을 털고 대표팀에 복귀한 데다 차세대 리베로 조병국(수원)도 가세해 천군만마를 얻었으나 마음을 놓치 못하고 있다. 전반적인 수비라인의 노쇠화로 스피드가 떨어져 커버 또는 협력플레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개인기를 앞세운 빠른 돌파에 허둥대고 실점위기와 직결되는 손쉬운 침투패스를 허용하곤 했기 때문. 본프레레 감독은 따라서 수비수와 미드필더들이 유기적인 플레이를 통해 발빠르게 빈자리를 메우고 압박을 통해 상대 공격을 저지시키는 훈련도 병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레바논이 어느 시점이라도 총공세로 전환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수비수들에게 상대 골게터 사전 봉쇄의 특명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4경기에서 3골씩 뽑은 알리 나세레디네와 로다 안타르는 경계 대상이며 특히 한국전에서 페널티킥을 놓치긴 했지만 예사롭지 않은 문전 몸놀림을 선보인 마무드 샤후드도 놓쳐서는 안될 선수. 2차예선에서 1골을 기록중인 샤후드는 지난 3일 후보급이 출전해 1-3으로 진 쿠웨이트와의 평가전에서 머리로 1골을 뽑아 득점 감각을 조율했다. ▲정신력 재무장도 강조 본프레레 감독은 또 훈련 외적인 요소로 선수들의 정신력 재무장을 강조할 예정이다. 졸전끝에 신승을 거둔 베트남과의 경기 뒤 태극전사들의 안이한 정신력을 질타한 본프레레 감독은 팀 미팅 등을 통해 상대보다 한발짝 더 뛸 것을 요구하는 등 그어느때보다 절실해진 투지의 중요성을 주문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발맞춰 이동국(광주)은 출국 전 "선수들이 책임감을 강하게 느끼고 있으며긴장의 끈을 단 한치도 늦추지 않고 있다"며 '사즉생(死卽生)'의 팀 분위기를 전했다. 본프레레 감독은 이와 함께 멤버들이 최상의 컨디션에서 경기에 임할 수 있도록날씨, 잔디 등에 대한 사전 적응력을 충분히 키워줄 생각이다. (서울=연합뉴스) 박재천기자 jc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