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나라살림은 한정된 재원을 나름대로 성장과 분배에 적절하게 사용하려는 노력이 깃들여진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내년 나라살림은 올해부터 2008년까지 5년간의 국가재정계획을 바탕으로 중장기 시각에서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 올해부터 부처자율성을 강화한 예산편성방식인 톱다운(top down)제가 도입됨으로써 불필요한 사업이 줄어들어 예산편성이 알차졌다는 점도 높이 살 만하다. 서민생활지원과 경기활성화를 위해 6조8천억원의 적자국채를 발행해 부족한 자금을 조달할 정도로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폈다는 사실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그러나 내년에 8년째 적자국채를 발행함에 따라 국가채무가 244조원으로 환란당시인 1997년의 60조원에 비해 무려 4배로 늘어나 재정건전성이 우려되고 있다. 더욱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내년에는 3~4%로 추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데 5%의 실질성장률 달성을 전제로 나라살림이 짜여졌다는 점에서 목표달성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성장과 분배 조화= 내년 나라살림은 참여정부가 분배에 치우쳐 성장잠재력을 훼손할 것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위해 성장잠재력 확충에 애쓴 흔적이 엿보인다. 성장잠재력 확충에 배정된 자금은 미래 성장동력 투자 9조7천억원, 교육.인적자원 개발 2조3천억원, 산업경쟁력 기반 강화 1조8천억원, 동북아경제중심 지원 1조4천억원 등 15조1천억원이다. 이는 올해보다 14.3% 증가한 것으로 전체 나라살림 규모 증가율 6.3%의 2배를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정부는 특히 성장잠재력 확충에 필수적인 교육인적 자원 개발을 위해 보육투자에 올해보다 50% 늘어난 6천억원을 배정한 것을 비롯, 중소기업 청년 채용 패키지훈련에 175억원, 취업유망분야 훈련 428억원, 산학연 협력체제 구축에 1조2천억원을각각 편성했다. 삶의 질을 확충하기 위한 복지분야에서는 저소득층 생활안정 지원에 10조4천억원, 국민생활 문화 인프라 확충 6조4천억원, 물.공기 등 환경개선에 3조7천억원, 농어촌 생활안정 4조8천억원 등 25조3천억원을 배정했다. 이는 올해보다 10.2% 증가한 규모다. 참여정부의 역점사업 중 하나인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지방재원 지원규모를 올해보다 4조5천억원 많은 36조1천억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는 특히 지방재정운용의 자율성을 높이기 위해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재원규모를 올해 14조5천억원에서 25조6천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자주국방과 남북협력 분야는 전력투자 강화에 7조원, 병영시설 개선 8천252억원,용산기지 이전, 이라크 파병 등에 3천609억원, 남북협력기금 출연 확충에 5천억원등 22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는 올해보다 11.6% 증가한 것이다. 정부 부처들의 정보 데이터베이스 통합 등 행정서비스 혁신을 위해서는 올해보다 70.8% 증가한 5천106억원을 투입한다. ◆국가채무 급증..재정건전성 우려= 내년 국가채무는 244조2천억원에 달해 외환위기가 발생했던 1997년의 4배로 증가, 사상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국가채무는 1997년 60조3천억원에서 2000년 111조3천억원으로 100조원을 돌파한데 이어 작년 165조7천억원, 올해 204조5천억원, 내년 244조2천억원, 2006년 271조2천억원, 2007년 282조9천억원, 2008년 296조1천억원 등으로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할전망이다. 국가채무가 급증하는 것은 외환위기 극복과정에서 발생한 공적자금 손실 49조원을 작년부터 오는 2006년까지 국채발행을 통해 보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작년 13조원에 이어 올해부터 2006년까지 매년 12조원씩 공적자금 손실을 떠안기로 돼 있다. 그러나 국가채무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우리나라가 매년 5% 실질GDP 성장을이룬다고 가정할 경우 2006년 이후 감소하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게 정부 시각이다. 정부는 GDP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작년 23%에서 2006년 29.8%로 정점에 도달한뒤 2007년 28.8%, 2008년 27.9% 등으로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또 우리나라의 국가채무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76%에 비해낮은 수준이고 국가채무 중 세금으로 상환해야하는 적자성 채무도 전체의 38%에 불과해 우리의 재정능력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2008년을 기준으로 하면 국가채무 296조1천억원 중 117조8천억원만 정부가 순수하게 갚아야할 채무이고 나머지는 외화자산, 융자채권 등 상환자산을 보유한 금융성채무라는 분석이다. 문제는 국가채무의 총규모보다 국가채무 증가율이 너무 가파른데다 내년 GDP 성장률이 전망치인 5%대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추가적인 적자국채 발행이 불가피해 국가채무가 더 불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우리경제는 극심한 내수침체로 잠재성장률이 4%대로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가 하면, 당장 내년 경제성장률이 3%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고 있는게 사실이다.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면 바로 세입감소를 가져오게돼 내년 사업자금을 조달하기가 힘들어진다. (서울=연합뉴스) 김대호기자 dae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