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최대 석유회사 유코스가 국제유가 상승의 주범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유가상승을 부추겼던 지정학 또는 기상학적 악재들이 최근 시들해지고있는 가운데 유코스사태만이 홀로남아 유가 불안의 최대요인이 되고 있다. 유코스는 세금체납에 따른 계좌동결 등 재정압박 때문에 철도운송비를 부담할여력이 없어 중국에 대한 석유수출을 부분 중단한다고 밝혔다. 어어 전력업체들이요금을 체납한 유코스에 전력 공급을 중단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 바람에 21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 중질유(WTI) 10월 인도분이 전날보다 75센트 오른 배럴당 47.10달러로 마감했다. 배럴당 47달러를 돌파한 것은 한달만에 처음이며 장중 한때 49.40달러까지 치솟았다. 반면 다른 악재들은 대부분 사라지거나 위력이 전만 못해지고 있다. 우선 지정학적 요인들의 경우 베네수엘라 차베스 대통령 소환투표, 나이지리아석유노조 파업위협 등 단발성 악재들이 이미 지나가버렸고, 지속적 성격의 악재인이라크 사태도 최근 저항세력이 파괴한 송유관이 대부분 복구돼 비교적 잠잠한 상태다. 초대형 허리케인 `아이반'을 비롯한 기상학적 악재들도 멕시코만 연안 석유시설에 대한 피해가 예상보다 작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일단 사그라지고 있다. 유코스가 유가상승의 악재로 부각된 것은 지난 7월 초 부터로 벌써 2개월이 넘었다. 그럼에도 아직 그 해결의 전망이 뚜렷이 보이지 않고 있는데 문제의 심각성이있다. "유코스 사태가 해결되기까지 고유가가 지속될 것"이란 애널리스트들의 경고가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닌 상황이다. 유코스의 원유생산량은 하루 170만 배럴로 사우디 아라비아에 이어 세계 2위 석유수출국인 러시아 생산량의 20% 정도를 점유하고 있다. 세금포탈 혐의로 1년 넘게 조사를 받던 유코스는 7월초 러시아 당국의 계좌동결조치 등 각종 악재에 시달리면서 파산상태로 몰렸고 이때부터 국제유가 상승의 단골악재로 등장했다. 2001-2002년 체납세금 70억 달러를 지불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는 유코스는 파산또는 원유생산 중단이 임박했다는 경고를 되풀이하고 있고, 유코스의 파산은 원유공급 부족현상을 심화시킬 것이란 우려에서 국제원유시장이 출렁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체납세액을 둘러싼 갈등은 표면적이고, 그 배경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유코스 창업주인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 전 회장 사이의 정치적 갈등이있다는데 유코스 사태의 해법을 꼬이게하고 있다. 유코스 사태의 본질은 호도르코프스키가 야당의 돈줄 역할을 하면서 정적으로까지 부상하려는 야심을 가진 것이 아니냐는 푸틴 대통령의 의심을 사게되면서 유코스가 세무조사 등 어려움에 처하게됐다는 것이다. 이런 배경에서 유코스를 둘러싼 호재와 악재가 반복될 때마다 국제유가가 출렁대면서 그 정치적 배경이 항상 논란거리로 회자돼왔다. 특히 정치적 동기가 문제의 핵심이란 점에서 유코스사태의 해결 전망이 쉽게 보이지 않는 동시에 그 악재 역시 단발성이라는 특징도 갖고 있다. 이번 중국석유수출 부분중단 조치도 마찬가지다. 물론 유코스는 정치적 동기를 부인하고 있지만 원자바오(溫家寶) 중국총리의 22일 방문을 앞두고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곤경에 빠트리려는 행위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 바람에 러시아 정부가 유코스에 압력을 가해 중국석유수출을 조만간 재개토록 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인 기자 sang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