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寄白 <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 > 며칠 전 특별회계 및 기금 정비방안에 대한 공청회가 있었다. 발표자들이 제시한 안의 핵심은 통폐합을 통해 특별회계를 현재의 22개에서 8개로,기금은 57개에서 39개로 축소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토론자들은 정비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지나치게 숫자를 축소하는 것을 의식한 정비방안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비방안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먼저 '특별회계와 기금은 왜 필요할까'라는 질문부터 하자.답은 일반회계와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보통 정부의 일반회계는 지출로써 사업이 종료되므로 관련 수입이 없다. 반면 특별회계와 기금은 사업과 관련된 수수료나 부담금 등 수입이 있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독립된 회계가 손익이나 재무상태,수수료 및 부담금의 적정성을 더 잘 알려준다. 투명성이란 '내부를 밖에서도 파악할 수 있는' 것이므로 다수의 사업 및 수입이 섞여 있는 일반회계보다 독립된 회계가 투명성 측면에서는 우월하다. 예를 들면,진료 수입이 있는 국립의료원은 일반회계보다는 다른 공공병원처럼 책임운영기관 특별회계로 가야 한다. 반면 환경개선특별회계에 있는 부서 예산은 일반회계로 이전해야 한다. 이밖에 특별한 정책적 목적이 있는 경우도 있다. 즉 별도의 회계를 통해 정부나 국회 또는 국민 입장에서 해당 사업의 진행 상황을 파악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다. 지금도 그 필요성이 인정되는지는 판단하기 어렵지만 부족한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하기 위한 교통시설특별회계나 농어촌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농어촌구조개선특별회계가 대표적인 예다. 별도의 회계를 두는 경우에도 내부적으로 여유자금을 보유할 필요가 있거나,신축적 운용이 요구될 때는 기금으로 한다. 사회보장성 기금이나 농수산물가격안정기금이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특별회계와 기금의 수가 외국에 비해 많아 복잡한 예산 구조가 문제가 된다는 주장이 많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재무부는 기금 2백24개,특별회계 2백47개며,우리의 기획예산처에 해당하는 관리예산실은 기금 1백30개,특별회계 1백49개,공기업특별회계는 1백13개다. 이렇게 숫자가 차이가 나는 이유는 소액 기금의 경우 예산에 표시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여러 계정을 보유한 경우 숫자를 세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도 책임운영기관 특별회계 44개를 별도로 계산하면 특별회계의 수는 66개가 된다. 즉 숫자가 곧바로 복잡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통폐합을 통해 계정은 남겨두고 숫자만 축소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5개 신용보증기금과 4대강 유역 수계관리기금의 경우가 이에 해당하는데 통합을 해도 한 개의 기금 안에 여러 개의 계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특별회계와 기금을 정비하려는 근본적인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그 이유는 방만하고,낭비적인 지출을 줄임으로써 정부지출의 효율성과 성과를 높이기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방안도 숫자보다는 낭비적인 지출을 축소하고,지출의 성과를 높이는 제도적인 장치여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기금에 대한 국회심의를 강화하고,기획예산처와의 협의를 의무화하고,기금에 대한 평가를 시행한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었다. 앞으로 여유자금 및 재정융자를 공공자금관리기금으로 통합하면 재정자금 흐름의 복잡성을 축소하고,칸막이식 운영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특별회계와 기금의 명칭은 하나라도 사업은 다수다. 그리고 현재 수행하고 있는 사업을 보면 일반회계 성격의 사업도 있고,기금이나 특별회계에 있어야 할 것이 반대로인 경우도 있다. 따라서 기금이 아닌 사업을 기준으로 정비하면 사업의 규모도 축소되고,궁극적으로는 자연스러운 기금 통폐합으로 갈 수 있을 것이다. 융자사업을 점진적으로 이차보전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도 유사한 효과를 얻을 것으로 판단된다. kbpark@kipf.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