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등 국내 주요 자동차 업체들이 최근 미국 시장에서 차 값의 최고 23%를 깎아 주는 `출혈판매'에 휘말려 `진퇴양난'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미국의 `빅3'로 통하는 GM, 포드, 다임러크라이슬러가 먼저 파격적인 인센티브(할인혜택) 판매에 들어간 데 따른 것이나, 국내 업체들로서는 극심한 내수부진에다 수출 채산성까지 크게 악화되는 `이중고'에 처해 있는 셈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005380]는 현재 미국 시장에서 36-60개월 무이자 판매를 진행하면서 동시에 일시불로 살 경우에는 정상 판매가를 기준으로 최하 4.4%부터 최고 22.6%까지 깎아주고 있다. 먼저 주요 차종을 보면 ▲아반떼XD(현지명 엘란트라, 판매가 1만3천299-1만4천849달러) 2004년형이 60개월 무이자 또는 일시불 구매시 1천500달러(2005년형 750달러) 할인 ▲쏘나타(1만5천999-1만9천799달러) 2004년형이 60개월 무이자 또는 일시불시 2천달러(2005년형 1천달러) 할인 ▲싼타페(1만7천999-2만5천499달러) 2004년형이 연리 1.9% 60개월 할부 또는 일시불시 1천750달러 할인 조건에 각각 판매된다. 그밖에 ▲베르나(현지명 엑쎈트, 9천999달러-1만1천399달러) 2004년형이 36개월무이자 또는 일시불시 1천달러(2005년형 500달러) 할인 ▲투스카니(현지명 티뷰론 1만6천999-2만447달러) 2004년형이 60개월 무이자 또는 일시불시 2천달러 할인 ▲그랜저XG(2만3천999-2만5천599달러) 2004년형이 60개월 무이자 또는 2천500달러 할인조건에 각각 팔린다. 여기에다 기존 현대차 고객이 다시 사면 아반떼XD, 투스카니, 쏘나타 3개 차종은 각각 1천달러를, 그랜저XG와 싼타페는 각각 500달러를 추가 할인해 주고, 구매자가 현역 미군이면 모든 차종에 대해 다시 500달러를 더 깎아 준다. 현대차의 미국 수출 차종 중 가장 많이 팔리는 싼타페를 기존 현대차 고객인 현역 군인이 일시불로 재구매할 경우 차값의 15.3%(최저가 기준)인 2천750달러를 할인받는다. 동일 조건(기존 고객 재구매+현역 군인)을 다른 차종에 적용하면 최고 할인율은각각 ▲아반떼XD 22.6%(3천달러) ▲투스카니 20.6%(3천500달러) ▲쏘나타 19.5%(3천500달러) ▲베르나 15%(할인액 1천500달러) ▲그랜저XG 14.6%(3천500달러)로, 최하14.6%에서 최고 22.6%에 달한다. 베르나 2005년형 최고급 모델(1만1천399달러)을 추가 할인 조건 없이 일시불로구매할 경우 할인률이 가장 낮으나 그래도 차값의 4.4%인 500달러를 할인받을 수 있다. 기아차[000270]도 일시불 구매시 쏘렌토 6.7-10%, 카니발 7.4-9.5%, 쎄라토 5.8-7.6%의 할인율을 적용하고 있다. 실제로 ▲쏘렌토(판매가 2만-3만달러)가 24개월 무이자 또는 일시불시 2천달러할인 ▲카니발(현지명 세도나,2만1천-2만7천달러)이 48개월 무이자 또는 일시불시 2천달러 할인 ▲쎄라토(현지명 스펙트라,1만3천100-1만7천300달러)가 48개월 무이자또는 일시불시 1천달러 할인 조건에 각각 판매된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미국시장에서 이처럼 파격적인 할인 판매에 발목을 잡힌 이유는 미국 `빅3'와 유럽 메이커들의 선제 공세 때문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고유가 등으로 미국 자동차 시장의 성장 둔화가 가시화되자 `빅3'의 주도로 대대적인 할인판매가 벌어지고 있는데, 일례로 포드의 고급 세단 링컨(2004년형 판매가 4만6천달러)은 6천-8천달러, BMW Z4로드스터(판매가 3만3천600달러)는 4천500달러를 할인해 주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차 업계 관계자는 "미국시장에서 인센티브 판매 바람이 워낙 거세게 불어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으나 수출 채산성 악화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사실 할인 폭이 차값의 10%를 넘어서면 거의 이익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고정비 회수등을 고려해 어쩔 수 없이 팔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올 들어 내수 판매 목표를 두차례나 수정해 가며 수출로 물량을 돌리고 있다"면서 "하지만 현 추세대로 가면 수출도 `빛좋은 개살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한기천기자 che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