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노무현 대통령이 '올해 우리 경제 예상 성장률인 5.2%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지 않느냐'고 한 발언이 국제금융전문가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성장률은 종합적인 경기 판단 지표이긴 하지만 한국경제가 처한 여건을 감안하면 경제현실을 제대로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통상적으로 한 나라의 경기는 정부가 발표하는 통계에 의한 지표경기와 국민들이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체감경기로 구분된다. 문제는 한국과 같이 소득 불균형이 심한 나라에서는 지표경기와 체감경기간에 괴리가 심하다는 점이다. 대표성이 강한 성장률을 모든 국민이 공감하기 위해서는 계층별 소득 분포에서 중산층이 두터워야 한다. 한국처럼 소득 불균형이 심한 나라에서는 성장률은 붕괴된 중산층에 맞춰지기 때문에 국민들이 공감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성장률이 경제현실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는 또 다른 이유로는 한국의 통계방식을 든다. 물론 성장률과 같은 일부 통계에서는 보조지표로 발표되고 있지만 '직전 분기·직전 월을 기준으로 하는 미국식 통계방식과 달리 대부분 한국의 통계지표는 1년 전에 대비한 '전년 동기 대비·전년 동월 대비' 개념이다. 이런 통계방식에서는 지난해 성장률이 3.1%로 기준이 낮아진 상황에서 올해 부가가치가 조금만 증가한다 하더라도 성장률이 5% 이상 나오는 기저효과(base effect)가 발생해 경기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성장률이 국내에서 생산되는 부가가치(gross domestic product)라는 점을 꼬집는다. 한국처럼 부가가치 창출에서 '윔블던 현상'이 심해지는 나라에서는 성장률이 5%대라 하더라도 과거의 5%대와 비교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한국 국민에게 떨어지는 경제적 과실은 5%대보다 적어지기 때문에 그만큼 체감경기는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들의 판단이다. 이밖에 전세계적으로 성장률에 대한 통계적 신뢰도가 떨어지는 점도 덧붙인다. 갈수록 정확한 부가가치 계산이 어려운 서비스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한 달 간격으로 발표되는 미국의 성장률이 1%포인트 이상 차이가 날 때도 있다. 우리나라는 선진국보다 서비스 분야의 부가가치 계산에 있어서 문제가 많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주무 부서인 한국은행도 이 점을 개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오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문제가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결국 이런 특수한 여건을 감안하면 '올 성장률이 5%대로 예상되니까 경기는 좋다''왜 국민들이 위기라고 느끼는지 모르겠다'는 식의 경기 진단은 국제금융전문가들 사이에 '최고 경제운영 책임자의 경제인식이 그 정도밖에 안되느냐'는 혹평을 낳게 한다. 설령 '대통령이 경기를 좋게 보더라도 국민의 경제생활 안정이 최대목표인 이상 대다수의 국민이 안좋게 느끼면 이에 맞춰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한 자세이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경기가 좋다고 하다가 정책은 실기(失機)하고 효과는 반감되면서 국민의 신뢰는 떨어지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한국경제 진단이다. 따라서 경기판단 지표로 성장률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는 소득 불균형 완화,통계작성의 과학화 등이 뒤따라야 한다. 소득 불균형 해소를 강조하다 보니까 혹시 현 정부가 공치사할 것 같아 한마디 덧붙인다면 '분배를 통한 하향 평준'보다는 '성장을 통한 상향 평준'을 도모해야 함을 강조하고 싶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