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仁浩 < 중소기업연구원 원장 > "교육비 총액에 있어서 세계 1위, 국방비 수준을 능가하는 사교육비, 가계소득에서 차지하는 교육비 비중이 일본의 3배, 고등학생 이하의 조기유학에 따른 외화지출 20억달러, 경제규모(13위)에 비해 현저히 뒤떨어지는 국가경쟁력(27위)과 중·고등 교육의 경쟁력(41위), 대졸 신입사원의 재교육비용 1인당 1천3백30만원." 우리 '교육의 실패'를 웅변으로 말하고 있는 통계자료들이다. 중·고교 평준화 정책의 채택 이후 지난 30년 이상을 이 나라의 공교육은 교육 수요자의 수요와는 담을 쌓고 한편으로는 경쟁요소를 배제하면서 세계의 교육추세와 역행해 끝없는 하향의 길을 걸어왔다. 또 평준화정책이 추구하는 목표들, 즉 학생들 학력의 균등한 향상, 국민교육비 부담의 경감, 공교육의 정상화, 지역간 균형발전 도모, 학생인구의 대도시 집중억제, 경제력에 관계없는 교육기회의 균등한 보장 등은 오늘의 교육현실에서 완벽하게 반대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 구체적인 사례의 하나가 지난 9일에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밝혀졌다. 이 자료는 초·중·고교생의 지역별 학교별 학업 성취도의 격차가 심각한 수준으로 뚜렷하게 나타난 내용을 담고 있다.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인지하고 있는 내용을 구체적인 조사를 통해 수치화한데 의미가 있을 뿐 새로울 것이 없다. 평준화를 추구하는 교육정책기조하에서 이렇게 학력차이가 지역별 학교별로 나타난다는 사실도 문제지만 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엄연한 객관적 사실이나 이런 현상이 초래되는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고 입시제도나 기타 교육정책에 전혀 고려하지 않겠다고 하는 교육정책 당국의 태도다. 최근 정부는 내신을 강화하고 수능을 등급화하는 것을 핵심내용으로 하는 '2008학년도 대입제도 개선안'을 내놓으면서 대학들이 서류전형이나 내신에서 고교간 학력차를 반영하는 것은 절대 허용할 수 없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대학들이 본고사 형태의 논술이나 심층 면접을 치르는 것도 금지하겠다고 한다. 대학들은 눈감고 학생을 뽑으라는 것이라고 반발한다. 이 가운데 서울 지역의 주요대학들은 대학이 학생 선발에 대한 자율권을 가져야 한다는 논의를 시작하고 있다. 앞으로 무수한 대안을 놓고 벌일 논란이 야기할 엄청난 혼란, 사회적 갈등과 낭비는 불을 보듯 뻔하다. 우리 국가 사회의 최대 이슈는 경쟁력이며 이 경쟁력은 오로지 경쟁적 구조에서만 나온다고 믿는다. 교육도 이런 원리로부터 결코 예외가 될 수 없다. 한편으로 지식기반사회에서 국가경쟁력의 핵심은 그 국가가 가지고 있는 지적자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려있고 인적자원의 축적과 활용의 극대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세계적 규모로 진행되는 생존경쟁에서 낙오하고 말 것이라는 데 대해서도 이론의 여지가 없다. 우리 교육의 문제는 온 세계가 추구하는 위의 두 가지 목표에 눈과 귀를 닫은 채 시장의 기본원리와 괴리된 교육제도에 끝없이 집착하는 '정부 실패'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믿는다. 따라서 이 실패가 교정되지 않으면 교육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없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수요자 선택의 원리'에 돌아가는 것이다. '학생과 학부모에게는 학교 선택권을, 학교에는 학생 선발권을 돌려주는 것'이 그 출발이다. 학교들이 그 건학 이념에 따라 교육의 내용을 학교별로 정하고 다양한 학생선발 기준을 제시한 가운데 학생들이 본인의 적성과 능력을 감안해 적정한 학교를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기본원칙을 바탕으로 교육제도의 세부 내용이 모색돼야 한다. 이제는 대학의 학생 선발 능력과 학생의 학교선택 능력을 신뢰해도 좋다고 본다. 또 객관적으로 학교와 학생의 수급구조도 이를 가능하게 하도록 바뀌어 왔다. 다양성의 바탕위에서 경쟁력있는 인적자원이 양성될수 있는 기반을 이룩하고 얽히고설킨 교육에 관한 우리 사회의 상반된 견해와 갈등을 해소할 수 있도록 교육 패러다임에 근본적인 변화를 이룩해야 한다.'기본으로 돌아가서' 교육에 관한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우리가 여기서 또 실패하면 10년 후의 우리나라의 미래는 암담하다. ihkim@kosb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