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2008 회계연도에 수지균형을 회복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중장기 재정운용계획을 확정해 국회에 제출했다. 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렵다는 경제현실을 고려할 때 당분간 적자재정을 운용하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보지만 내용을 뜯어 보면 적자재정이 고질화되는 것은 아닌지,성장잠재력 확충을 뒷받침하기에 미흡하지는 않은지 걱정스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이번 중기 재정계획은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매년 5%에 이른다는 전망 아래 짜여졌다. 최근 극심한 내수불황과 투자부진의 영향으로 잠재성장률이 4%대로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오는가 하면 내년 성장률은 3%대에 그칠 것이란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판이어서 과연 계획대로 실행에 옮겨질지부터가 의문이다. 부문별 내용을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성장을 뒷받침할 경제개발예산 확충은 등한히 하면서 복지지출을 크게 늘려 분배에 치중하고 있는 까닭이다. 복지부문의 경우 연평균 지출증가율이 9.5%에 이르고 총지출 중 차지하는 비중도 올해 25.9%에서 2008년엔 29.1%로 대폭 늘어나게 돼 있다. 반면 SOC(사회간접자본) 투자비중은 같은 기간 13.8%에서 12.2%로 줄어들고 연평균증가율도 3.1%에 그치고 있다. 기업 지원규모와 정보화 투자 역시 연평균증가율이 2%대에 불과하다. 이러고도 연평균 5%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국가채무가 2008년엔 2백96조원선에 달해 올해보다 45%나 급증하는 것도 우려를 자아내게 하는 대목이다. 물론 우리는 아직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30% 미만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평균치(76%)보다 훨씬 낮아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라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재정은 한번 적자구조로 돌아서면 좀처럼 흑자로 반전시킬수 없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되면 만성적인 재정적자가 경제운용 자체를 어렵게 만드는 지경에 이를 것이다. 참으로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계획기간 중의 재정지출 수요증가는 세입보다는 훨씬 높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정부가 약속한 신수도 이전이나 산업클러스터 개발 등 대형 국책사업들만 보더라도 재정수요가 얼마나 급격히 늘어날지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거기에 주한미군 철수 등 안보환경의 변화로 인한 국방비 수요증가도 예측불허다. 당장의 적자재정은 용인할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중장기 계획에서는 이런 문제에 대한 심각한 논의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