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82년 플루토늄 실험] '6자회담' 물건너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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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20여년 전에 극소량의 플루토늄을 이용한 비밀실험을 했다고 AP통신이 9일 미국 정부 고위관리의 말을 인용,보도해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 2일 한국원자력연구소의 우라늄 분리실험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데 이어 잇따라 '악재'가 터지자 정부는 북핵 6자회담에 미칠 영향과 국제사회의 반응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더군다나 북한도 지난 8일 한국의 우라늄 분리실험에 대해 '미국이 남한의 핵개발에 대해서는 관용적이면서 북한에는 가혹하다'고 주장하며 이달 내로 예정된 6자회담 개최가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북핵 문제가 난관에 봉착하고 있다.
◆플루토늄 실험 전모=과학기술부는 9일 "소수의 과학자들이 지난 82년 4∼5월쯤 서울 공릉동에 있는 한국 원자력연구소의 연구용 원자로 '트리가 마크 Ⅲ'에서 우라늄 폐연료봉을 이용해 수mg의 플루토늄 추출실험이 실시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플루토늄에 대한 화학적 특성 분석을 해 본 것으로 얼마를 추출했는지는 기록이 없다고 설명했다.
외교통상부는 지난 97년과 2003년에 걸쳐 IAEA가 환경샘플링 방식으로 플루토늄 추출여부를 사찰했고 연구책임자에 대해 인터뷰도 실시했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IAEA 안전조치협정에 따라 조사를 받았으나 이후에도 IAEA와 우리정부의 사실확인에 의견이 일치하지 않아 97년의 사찰결과가 나온 98년 이후 수차례 양측이 협의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연구를 목적으로 실험한 것"이라며 "우리가 핵 재처리 시설을 갖고 있었던 것도 아니며 상업적이나 그 밖의 우려할 만한 목적으로 실험이 이뤄진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이 실험은 당시 IAEA에 신고했어야 했다"고 비밀실험임을 시인했다.
◆북핵문제 해결 우려=반기문 외교부 장관은 이날 "최근에 발생한 '일련의 사태'로 6자회담 개최에 차질이 빚어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미국에 대한 의혹도 부각되고 있다.
지난 2000년 우라늄 분리실험 문제에 이어 20여년전의 플루토늄 비밀실험 사실까지 언론에 보도된 배후에는 미국이 있지 않느냐는 관측이다.
즉 미국이 중국 주도하에 이뤄지는 6자회담을 무력화시키고 오는 11월 미 대선 이후에 북핵문제를 공세적으로 처리하고자 하는 의도를 갖고 있지 않느냐는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북한으로 하여금 6자회담을 거부하고 핵개발에 나설 명분을 주는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한국 중국 러시아 영국 일본 등이 6자회담 성사를 위해 진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단독으로 판을 뒤엎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