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칙한 후손의 내 역사 찾기'라는 부제를 달고있는 '나의 천년'(푸른역사刊)은 출판평론가 표정훈씨가 초등학교 시절 "나라는 존재의 역사적 연원과 관련해 품었던 궁금증"에서부터 출발한다. 책은 '내 안에 천 년이 있다'는 생각으로 표씨가 어린 시절의 궁금증을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거둔 작은 결과물이다. 표씨는 조상들과 솔직한 대화를 나누기 위해 역사여행을 떠난다. 책은 표씨가자신의 근원을 찾아가는 '족보탐험기'라고 할 수 있다. 집안의 과거사를 되짚는 과정을 통해 고려에서 조선을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파란만장한 우리 나라 역사가 펼쳐진다. 개인사를 통한 한국 역사읽기인 셈이다. 960년(고려 광종 11년) 중국에서 건너와 한반도에 도착한 시조 표대박에게서 시작해, 공부도 잘했고 인간성도 좋았던 사림파의 선비 표연말, 왜란의 와중에 조선최고의 역관으로 활약했지만 천리(天理)보다는 인욕(人欲)을 추구했던 표헌, 그의아들 표정로를 거쳐 현대사의 질곡을 온몸으로 겪어내야 했던 자신의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이르기까지, 저자는 집안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대표적인 조상들을 통해'나의 천년'을 넘어 '우리의 천년'을 되돌아본다. 풍부한 인문학적 지식을 동원해 사회비판적 시각을 곁들여 책 읽는 즐거움을 더하고 있다. 300쪽. 1만원.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sh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