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철강업계가 한국 조선업체들에 공급하는 선박용 후판가격이 t당 150달러나 인상돼 조선업계 채산성에 비상이 걸렸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업체들은 최근까지 진행한 일본 철강업체들과의 올 4분기 및 내년 1분기 후판가격 협상에서 t당 150달러를 인상한 600달러로 결정하고 물량은 가급적 전분기 수준을 유지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인상은 상승폭 면에서 사상 최고 수준으로, 일본산 후판 가격은 지난해 1분기만 하더라도 t당 280달러였으나 4분기 340달러, 올 2분기 420달러, 3분기 450달러 등으로 최근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왔다.

국내 업체들의 계속된 가격 인상에 이은 일본산 후판가 상승은 원가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데다 국내 철강업체들의 추가 인상이라는 `부메랑 효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이처럼 일본 철강업체들이 후판 가격을 큰 폭으로 올리겠다고 나선 이유는 무엇보다도 국내 조선업계가 작년에 이어 올해 유례없는 수주 초호황을 누리면서 일감이 폭증, 후판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반면 공급은 이를 뒷받침해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나 그에 못지 않게 국내 업체들의 잇따른 인상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국내 선박용 후판 수요량 가운데 신일본 제철, JFE 스틸 등 일본 철강업체공급분이 차지하는 비중은 30% 가량이며 나머지 물량 중 포스코와 동국제강이 약 6대4 가량의 비율로 공급하고 있다.

포스코는 만성적인 후판 부족현상을 겪고 있는 조선업계를 위해 최근 압연라인증설과 노후설비 교체 등을 통해 후판 생산량을 연 90만t 가량 확대하기로 했으나 조선업계의 물량부족 현상이 해소될 수 있을 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선가가 바닥에 있던 9.11 테러 이후의 수주물량이 올 매출에 본격 반영되는데다 원자재 가격까지 천정부지로 솟구치고 있어 채산성 악화는 불가피하다"며 "포스코 등 국내 업체들이 물량 증대 등 조선업체와의 협력을 모색하고 있지만 당분간은 가격 인상과 물량 부족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지훈기자 hoon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