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대통령자문 동북아시대위원회 위원장(사진)은 27일 "주한미군 감축은 9·11 테러 이후 미국의 세계전략 변화에 따른 것이지만 우리의 사소한 실수에 의해 앞당겨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전경련 국제경영원(IMI) 초청 최고경영자 월례조찬회에서 '주한미군 감축이 한·미관계에 미칠 영향과 국내경제 파급효과'라는 주제강연을 통해 "무분별한 사소한 행동이 큰 화를 불러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위원장은 "작년 12월30일 미국 NBC TV 뉴스가 용산 미군기지에서 미군 헌병이 한국 학생들이 던진 돌에 맞아 피를 흘리며 서있는 장면을 3~5초간 방영했고 이를 본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이 격분해 '갓 뎀 잇(God damn it.제기랄),겟 뎀 아웃(Get them out.주한미군을 한국에서 빼라)'이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주한미군 감축의 경제적 영향에 대해서는 "주한미군의 단순 감축이 국내경제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은 작지만 한·미동맹에 지속적으로 균열이 생길 경우 국내 금융·외환시장과 실물경제 전반에 걸쳐 부정적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은 그런 단계는 아닌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문 위원장은 "한·미동맹이 많이 나아지기는 했으나 나쁜 것은 사실이다"며 "한·미동맹이라는 기본축이 없으면 모든 것이 어려워지는 만큼 한·미동맹을 틀로 해서 다자간 안보체제로 이행하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주한미군 감축이 대북억지력에 큰 문제를 유발하는 것은 아니다"고 단언한 뒤 "중국의 패권주의,일본의 군사대국화 등에서 나오는 전략적 불안정에서 우리를 지킬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하며 그런 의미에서 한·미동맹은 우리에게 치명적으로 중요한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문 위원장은 "한·미동맹을 유지하면서 자주국방에 나선다고 해서 미국의 비위를 건드리는 것은 아니다"며 "국가안보에는 보수,진보가 없으며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모든 것을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문 위원장은 "부시 행정부의 도덕적 절대주의,패권적 일방주의를 누가 좋아할 수 있겠느냐"며 "반미는 한국에만 있는 것은 아니며 전세계에 팽배해 있고 미국 전체에 대한 반대보다는 특정 행정부에 대한 반대가 훨씬 많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둘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조찬회에서 두번째 강연자로 나선 차영구 전 국방부 정책실장(서울대 교수)은 "한·미동맹이 위기는 아니지만 위기에 빠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만큼 한반도 안보에 기여할 나라는 없으며 한반도가 통일된 다음에 동북아 안정과 평화를 위해서도 한·미동맹은 소중하게 가꿔가야 할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