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힘으로 던졌습니다."

99일 동안 부상자 명단에 묻혀 있었던 박찬호가 27일(한국시간) 미네소타 트윈스를 상대로 106일만의 승리를 올린 원동력은 바로 국민, 팬들이었다.

평소 묻는 질문 외에는 대답하지 않던 박찬호였지만 이날 만큼은 마음 속에 묻어 두었던 팬들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었던 듯 인터뷰 도중 "갑자기 국민이 저와 함께 던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라며 모진 시련을 겪는 동안에도 자신을 성원해준 팬들에 대한 감사의 말을 꾸밈없이 전했다.

--오늘 경기에서는 목표한 만큼의 성과를 거뒀나.

▲투심, 포심, 느린 커브 빠른 커브가 다 잘 들어갔다.

체인지업 제구력이 초반에 흔들렸지만 3회 토리 헌터를 삼진으로 잡아내며 페이스를 찾았다.

--헛스윙이 유난히 많았는데.

▲강하게 전력투구보다는 제구력 위주로 던지니 타겟이 잘 보였고 집중이 잘 됐다.

--그래도 최구 구속은 95마일이나 나왔다.

▲스피드는 신경쓰지 않는다.

다만 그때 상황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했기에 포심패스트볼을 던졌을 뿐이다.

--1회 조금 불안했는데.

▲적극적으로 스트라이크존으로 던졌는데 타자들이 잘 쳤다.

--7회 마운드에 올라갔다가 바로 교체됐는데.

▲더 던질 수도 있었고 더 던지고도 싶었다.

하지만 감독이 나를 위해 개인적으로 한 말이 있다.

밝힐 수는 없지만 나를 위한 것이기에 기꺼이 받아들였다.

그리고 오늘 미국에 와서 처음으로 느낀 것이 있다.

지금까지는 팬들의 성원이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그러나 갑자기 국민들이 내 뒤에서 함께 던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드니 공을 채는 느낌도 더 강해졌고 오히려 힘이 더 생겼다.

(알링턴=연합뉴스) 김홍식 특파원 ka122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