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오전 중국 난징 시내 중심 진링호텔.

하이닉스의 우시공장 설립 본계약 조인식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하이닉스 우의제 사장은 '황제' 대접을 받았다.

반도체 공장 투자에 대한 중국측의 감사 표시다.

기자는 문득 '하이닉스가 호랑이 등에 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맹렬하게 발전하고 있는 중국이라는 호랑이에 탔다는 상상이다.

국내에서 하이닉스 중국공장을 두고 기술유출 논란이 일고 있기에 해본 생각이다.

기술유출 주장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중국이 하이닉스 반도체기술을 받아들여 빠르게 한국을 쫓아올 거라는 우려다.

이는 한ㆍ중 수교 초기에 제기됐던 '기술 부메랑' 논란과 유사하다.

우리 기술을 중국에 준다면 그 기술은 부메랑이 돼 우리를 칠 것이라는 논리였다.

우리 기업들은 중국진출에 부담을 느꼈고 정부도 일부 기술에 대해 중국진출을 막기도 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달랐다.

중국은 다른 나라기업을 통해 선진기술을 흡수했고, 우리가 머뭇거리고 있던 시기에 중국은 점차 선진기업의 경연장이 돼 있었다.

우리는 공연히 시장만 잃고 만 셈이다.

하이닉스 사례 역시 그런 틀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 반도체시장으로 크고 있는 시장이다.

PC 핸드폰 LCD 등 관련산업이 중국으로 속속 이전하고 있다.

이 시장에 대한 공략 방법은 하나다.

현지 시장으로 파고드는 것이다.

게다가 중국은 하이닉스 기술을 겨냥, '직간접적으로 10억달러를 만들어 주겠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다.

기술이 있기에 가능한 얘기다.

기술 부메랑을 걱정해 머뭇거리기보다는 공격적으로 미래의 황금시장을 잡아야 할 때인 것이다.

정말 무서워할 것은 기술 부메랑이 아니라, 중국으로 갈 기술이 없다는 것이다.

도망갈 기술을 만드는 것은 순전히 우리의 몫이다.

중국이 '세계공장'이라면 우리나라는 '거대한 R&D(연구개발)센터'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무섭게 뛰고 있는 호랑이 중국 옆에서 겁에 질릴 필요는 없다.

오히려 어떻게 하면 그 등에 탈지를 연구해야 한다.

답은 역시 기술이다.

난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