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기업신용대출은 꺼리면서 국채와 통화안정증권 등 이른바 안전자산 보유액은 계속 늘리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이 고객예금을 기업.가계 대출로 돌리면서 자금순환을 원활하게하기보다는 국채 등 수익성이 확실히 보장되는 자산에 돈을 굴리는데 치중함으로써자금중개 기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보유자산 가운데 국채는 지난 2001년말 26조1천979억원에서 2002년말 30조2천14억원으로 15.3% 증가한데 이어 지난해말에는 38조3천746억원으로 27.1%나 급증했다.

통안증권 보유액도 2001년말 32조8천762억원에서 2002년말 38조5천748억원으로17.3% 증가했고 작년말에는 44조4천669억원으로 15.3% 늘었다.

올해들어 3월말에는 예금은행들의 국채.통안증권 보유액은 각각 40조5천476억원,49조595억원 등으로 증가, 이들 두부문의 자산운용액이 90조원에 달했다.

이후 5월말에는 각각 39조7천263억원과 43조8천521억원으로 보유규모가 줄었으나 6월 이후 다시 보유규모가 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편 예금은행들의 기업대출은 2002년 23.5% 증가했으나 지난해는 증가율이 14.4%로 둔화된데 이어 올해 5월말 현재로는 기업대출 잔액이 288조3천597억원으로 작년말보다 4.2% 늘어나는데 그치고 있다.

가계대출도 2002년 40.5%나 급증했으나 2003년 14.2%, 올들어서는 5월말 현재 264조8천154억원으로 작년말보다 3.8%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러한 통계는 예금은행들이 위험도가 높은 가계.기업 대출은 갈수록 까다롭게하면서 국채와 통안증권 등 투자수익이 100% 보장되는 안전자산 위주로 자금을 운용하는 보수적 영업태도가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1일 한미경제학회와 한국은행이 공동으로 주최한세미나에 참석, 환영사를 통해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을 살펴보면 은행이 자금중개기능을 원활하게 수행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본시장도 하부구조가 취약해안정적 자금조달 시장으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