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장들이 대형 외국 은행의 본격적인 국내 진출과 경기 회복 지연, 저금리 기조 등으로 영업 환경이 악화되자 경쟁력 강화를 위한성과급제 도입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16일 금융계에 따르면 황영기 우리은행장은 최근 8월 월례조회에서 "성과 평가와 보상제도 개혁안을 오는 11월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혀 본격적인 성과급제 도입을선언했다.

황 행장은 이어 "일을 잘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한 해에 아파트 한 채를 살 수있을 정도로 확실한 보상을 해주겠다"며 파격적인 성과급제 도입을 시사했다.

우리은행은 이에 따라 성과급제 마련 작업에 착수, 실적을 분명하게 평가할 수있는 부서부터 점진적으로 도입하고 성과에 따른 보상의 차이를 최고 5배까지 벌리는 등의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유 하나은행장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미은행과 통합하는 씨티은행 등에맞서기 위해서는 성과급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 행장은 지난 5월과 6월 월례조회에서 팀별 또는 지점별로 목표를 설정, 이를초과 달성하면 성과급을 주는 집단성과급제를 도입하고 프라이빗뱅킹(PB)사업본부에는 완전 성과급제를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하나은행도 행장의 경영 방침에 따라 내부적으로 성과급제 도입을 위한 다양한검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시중은행 뿐 아니라 국책은행장들도 성과급제 도입 추진 의사를 밝히고 있다.

유지창 산업은행 총재는 지난달 직원들의 주식투자 사건이 발생한 직후에 소집된 전국 부점장회의에서 "느슨했던 조직문화와 근무기강 해이를 근본적으로 개혁하겠다"며 성과급제 도입 의사를 피력했다.

유 총재는 이 자리에서 "국책은행이지만 성과급을 하루 빨리 도입해 일 잘하는직원에게는 돈을 많이 줘 그렇지 않은 직원들과 차별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한미, 제일 등 일부 국내 은행들이 집단성과급제, PB센터 대상 성과급제등 제한적인 범위에서 성과급제를 실시하고 있다.

은행 관계자들은 "직원들도 성과급제 도입의 필요성과 불가피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현실로 받아들이기에는 상당한 거부감이 존재하고 있다"며 "성과급제를 위해서는 노조와의 협의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기적으로 당장 실시한다거나 전면적으로도입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원기자 lee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