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나타난 '한ㆍ미간 금리 역전'은 우리 경제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상황이라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이번 금리 역전이 미국 금리의 상승이 아닌 한국 금리의 하락으로 빚어졌다는 점에서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이 급속히 둔화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금리가 떨어지고 있다는 것은 돈을 쓰겠다는 사람, 다시 말해 성장동력인 소비(개인)와 투자(기업)가 위축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경제계에서는 "기업들로 하여금 투자를 늘리고 개인의 소비를 촉진시킬 수 있는 정부의 정책적 대응이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또 금리 역전으로 인한 국내 자본의 해외 유출에 대해서도 대비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 미국보다 낮아진 장기금리

한국은행의 콜금리 인하(12일)를 전후로 시장금리는 가파르게 하락했다.

지난 13일 시장금리 지표인 3년만기 국고채 수익률은 연 3.74%로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일주일 만에 0.38%포인트 떨어진 것이다.

국고채 10년물은 한 주 동안 0.44%포인트 급락해 연 4.19%로 내려앉았다.

이는 미국의 실세금리 지표인 10년 국채 수익률(연 4.25%)보다 0.06%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최영권 국민은행 신탁자산운용팀장은 "금리가 경제성장의 기대치와 연관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근 장기금리 추이는 우리 경제의 장기 성장잠재력이 미국보다 낮아질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성장잠재력 약화 신호탄

최근 시장금리가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는 데에는 한은이 오는 9∼10월께 콜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도 깔려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소비와 투자 위축 탓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시중에 돈이 흘러넘치고 있지만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안전한 국고채로 몰린 결과 채권가격이 급등(채권수익률은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인우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장기금리가 급격히 하락하고 있는 것은 시중의 자금이 그만큼 풍부하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소비와 설비투자 위축으로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이 크게 둔화될 수 있음을 나타내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김기환 플러스자산운용 사장은 소비와 기업의 설비투자가 되살아나지 않으면 국고채 3년물 수익률은 조만간 2%대에 진입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 국내 자본 해외유출 경계해야

한ㆍ미간 금리 역전은 국내 자본의 해외 유출 등과 같은 부작용을 불러올 수도 있다.

권경업 대한투신 채권본부장은 "회사채를 제외한 5년물 미만 모든 채권금리가 연 4%대 밑으로 떨어지자 연기금 보험사 등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자산운용이 더욱 힘들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자금이 해외 증시 등으로 빠져 나갈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 보험사들의 경우 연 3%대의 국고채 금리로는 역마진이 불가피해 해외 시장에 대한 투자가 급속히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의 최영권 팀장은 "시중 부동자금이 해외시장 및 부동산시장으로 흘러가는 것을 막고 국내 증시로 물꼬를 틀 수 있도록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