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금융감독 체계 개편방안이 지난 13일 발표됐다.

재정경제부,금융감독위원회,금융감독원 등 3개 기관에 혼재돼 있는 금융감독 기능을 일부 조정하겠다는 것이 대통령 직속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가 마련한 개편방안의 골자다.

금융시장 참가자들이 기대해왔던 감독기구 통합이 백지화된 대목은 차치하고서라도 발표과정을 살펴보면 실망감을 지울 길이 없다.

'참여정부가 아직도 아마추어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나'라는 씁쓸함마저 생겨난다.

정부혁신위의 금융감독기구 개편방안 발표예정 소식이 전해진 시간은 13일 오후 2시20분께.이를 접한 금감위와 금감원은 발칵 뒤집혔다.

사전 협의나 예고없이 갑작스레 발표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취임 열흘째를 맞은 윤증현 금감위원장은 적잖이 당황했다.

취임일성으로 "개편대상인 금감위와 금감원의 의견을 모아 단일 개편안을 정부혁신위에 전달하겠으며 정부혁신위도 이를 참고키로 했다"고 밝힌 터였기 때문이다.

금감위와 금감원은 미처 단일안을 만들지 못한 상태였으니 '뒤통수를 맞은 격'이었다.

금감위 한편에선 신임 위원장을 '물먹이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다.

국가 중대사를 발표하면서 그 사실을 관련기관에 통보해주지 않은 것보다 더 어처구니없는 일이 잠시 후 벌어졌다.

윤 금감위원장은 윤성식 정부혁신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럴 수 있느냐"고 항의한 뒤,발표문을 보내주고 발표시간을 늦춰줄 것을 요구했다.

윤성식 정부혁신위원장은 윤 금감위원장의 난처한 입장을 고려해 이같은 요구에 응했다.

윤 금감위원장은 발표문을 구한 다음 금감위 및 금감원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발표문의 문구를 이러쿵저러쿵 고쳐달라고 요청키로 했다.

이 요청도 받아들여져 정부혁신위는 발표문을 상당부분 뜯어고친 뒤 오후 6시께 가까스로 공식발표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부혁신위는 개편대상 기관의 요구에 '굴복'하고,'설설 기는' 오점을 남겼다.

정부조직 내 충분한 의사소통과 체계의 확립.'아마추어 정부'가 무엇보다 먼저 해결해야 할 일이다.

박준동 경제부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