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국 < LG전자 사장 heegooklee@lge.com >

최근 우리나라의 인터넷 사용 인구가 3천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전체 국민 셋 중 둘은 인터넷을 이용한다는 이야기다.

이쯤되면 우리 국민 대부분이 인터넷을 보편화된 생활도구로 활용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로 인해 또다른 형태의 '세대 차이'가 나타나고 있음이 눈에 띈다.

정보통신부 통계에 따르면 10대와 20대는 95%가 넘게 인터넷을 이용하는 데 반해 40대는 58%,그리고 50대는 2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40대를 고비로 인터넷 인구가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이 차이는 단순히 인터넷 이용률의 차이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의 차이라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인터넷으로 휴대폰에 동영상 메시지를 보내는 아이들,심지어는 휴대폰으로 버스 요금을 계산하는 젊은이들의 시각으로는 "인터넷이 뭐 하는 거냐?"고 묻는 부모가 답답하기만 하다.

반면 부모는 이상한(?) 기계들을 한두 개씩 가지고 다니면서 뭐든지 컴퓨터 앞에 앉아서 해결하려는 아이들을 이해하기 어렵다.

이미 그들은 각각 다른 세계를 살고 있고,그것이 곧 세대 차이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문맹'이라는 말이 있다.

인프라의 부족으로 디지털 문명의 혜택을 보지 못하거나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서 디지털 세상으로 들어갈 수 없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그들은 디지털이 주는 편리함만이 아니라 디지털 세상의 엄청난 정보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이다.

아마도 사회가 더욱 디지털 환경으로 변화할수록 수십 년 동안 살아온 이 세상이 점점 더 낯설게 보이고 소외의 정도도 더욱 심해질 것이 분명하다.

이러한 현상은 국가간에도 존재한다.

국제전기통신연합에 따르면 잘사는 나라의 인구 17%가 전 세계 인터넷 사용 인구의 70%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몇몇 선진국이 디지털 문명과 그 혜택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인프라가 잘 갖춰진 선진국만이 디지털 문명의 혜택을 받는 상황이 계속되면 국가간의 격차가 더욱 벌어져 이 세상은 심각한 불균형의 상태에 놓이게 된다.

이것은 우리가 원하는 바람직한 미래가 아니다.

이처럼 디지털세상으로의 '접속' 여부는 세대간의 차이만이 아니라 국가간의 차이도 만들어낸다.

그 차이를 극복하려면 디지털 문맹을 줄이는 게 매우 시급하다.

디지털문맹을 줄이는 일이야말로 세대간의 거리감을 없애고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과정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