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폭등으로 석유화학제품 가격이 폭등하면서 화학섬유 직물 플라스틱 등 후방산업이 심각한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

에틸렌 벤젠 저밀도폴리에틸렌(LDPE) 스틸렌모노머(SM) 등 주요 유화제품 가격은 7월초에 비해 20~50% 인상돼 t당 1천달러선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화학섬유 업체들도 곧 제품가를 대폭 인상키로 결정,직물 업체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미 상당수의 중소기업들이 도산하거나 조업을 중단한 데 이어 (주)휴비스 (주)금호피앤비 등 대기업들까지 조업을 단축하고 있어 국제유가가 더 큰 폭으로 오를 경우 산업계에 심각한 타격이 우려된다.

◆가격폭등 도미노

석유화학제품 가격이 사상 처음 t당 1천달러 시대를 맞았다.

벤젠이 7월 셋째주부터 t당 1천달러 고지에 올라섰고 LDPE SM 에틸렌 등 대부분 유화제품들이 7월말부터 8월초에 걸쳐 1천달러 고지를 넘어섰다.

특히 나일론 합성수지 등의 원료인 벤젠은 8월 중순 현재 t당 1천2백53달러로 7월초 8백28달러에 비해 한달 보름만에 t당 4백25달러(51.3%) 뛰었다.

나일론 원료인 카프로락탐을 생산하는 ㈜카프로 관계자는 "3년연속 적자를 기록한 뒤 올 2분기 들어 가까스로 흑자로 돌아섰는데 원료인 벤젠가격 폭등이라는 직격탄을 맞았다"며 "벤젠 가격이 떨어지지 않으면 나일론 자동차부품 페인트 합성수지 등 연관산업의 기반이 송두리째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폴리에스터의 원료인 고순도테레프탈산(TPA)과 에틸렌그리콜(EG) 가격도 연초보다 각각 21%,30% 올랐다.

이에 따라 그간 제품가 반영에 주춤하던 화섬업체들도 덩달아 가격 올리기에 가세하고 나섰다.

화섬사들은 현재 파운드당 80센트에 팔고 있는 폴리에스터 원사 가격을 90센트,1달러25센트에 팔고 있는 나일론 원사 가격을 1달러40센트까지 올리기로 했다.

직물·의류업체들의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줄도산 위기의 중소기업

석유화학업체로 부터 유화재료를 받아 가공하는 중소기업들은 줄도산 위기를 맞고 있다.

대기업들이 나프타 에틸렌 등 원료 인상분을 제품가격에 고스란히 반영하는 데 비해 석유유화 2차가공업체들인 중소기업들은 내수침체로 인해 플라스틱제품 가격을 올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사정은 솔벤트 시너 등 석유관련 원료를 많이 쓰는 페인트 업계도 마찬가지다.

한국프라스틱조합연합회 관계자는 이날 "7월 중순이후 나프타 가격의 급등으로 폴리에틸렌 가격도 t당 1백50달러 가량 인상될 요인이 발생했다"며 "잇단 가격 인상을 버티지 못하는 업체들이 속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연합회는 유가급등의 여파로 7천여개 플라스틱 가공업체 중 3백50여개 업체가 도산하거나 조업을 중단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기도 안산에 있는 스티로폼 제조업체인 I사 관계자는 "원료인 발포폴리스티렌(EPS) 가격이 지난달 중순 t당 40만원 가량 오른데 이어 13일 20만원 더 올라 이제 2백만원선"이라며 "채산성을 맞추기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강원도 원주에 있는 플라스틱 사출업체인 N사 대표는 "지난해 10월 t당 70만원하던 레진 가격이 1백10만원 수준까지 올랐다"며 "내수침체로 주문 물량마저 줄고 있어 사업포기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병일·송태형·유창재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