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에 '실적 정정공시 주의보'가 내려졌다.

상반기 결산(반기보고서에 대한 검토) 마감을 하루 앞두고 실적을 수정 공시하는 코스닥기업들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1분기와 2분기에 흑자였던 실적이 상반기 보고서에서 적자로 둔갑하는 사례도 적지 않아 투자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부감사인의 반기보고서 검토 과정에서 잘못된 회계처리가 적발됨에 따라 실적 정정공시가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못 믿을 분기 실적

13일 금융감독원과 코스닥증권시장에 따르면 수처리기계 제조업체인 성광엔비텍은 이날 1분기 정정보고서를 통해 영업이익과 경상이익이 흑자에서 적자로 바뀌었다고 공시했다.

지난 5월15일에 제출한 보고서에선 영업이익과 경상이익이 각각 1억원과 8천만원이라고 밝혔으나 회계감사 결과 1억7천8백만원의 영업적자와 1억4천만원의 경상적자를 입었다고 수정했다.

순손실도 당초 3천9백만원에서 3억4천1백만원으로 늘었다.

회사측은 정정보고서를 통해 "외부감사인의 감사 도중 미지급금 등이 일부 미반영된 사실이 나타나 실적을 수정했다"고 밝혔다.

가정용 콘덴서 생산업체인 뉴인텍도 상반기 경상이익과 순이익이 당초 공시금액보다 줄었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외부감사 결과 해외법인과 관련한 영업외비용이 추가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산업용 특수접착테이프 생산업체인 신화인터텍의 경우 회계감사 결과 1분기 경상이익이 1억6천만원에서 7천4백만원으로,순이익은 1억2천5백만원에서 3천9백만원으로 각각 줄었다.

경동제약과 현진소재도 상반기 순이익이 당초 공시한 금액보다 줄었다.

앞서 한통데이타와 인터파크는 1,2분기별로는 흑자였던 실적이 상반기 전체로 따져본 결과 적자로 변경됐다고 공시,파문을 일으켰다.

인터파크는 당초 상반기에 9억3천만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냈다고 공시했다가 최근 19억8천9백만원의 영업적자로 수정했다.

한국통신데이타는 지난달 27일 올 상반기 영업이익(14억원)과 경상이익(19억원)이 흑자전환했다고 공시했다가 전날 34억원의 영업적자와 28억원의 경상적자를 냈다고 수정했다.

외부감사인이 반기보고서를 검토하던 중 매출채권이 있는 업체가 부도난 것이 확인돼 추가로 대손상각비를 쌓는 바람에 실적이 변경됐다고 한통데이타는 설명했다.

◆옥석가려 투자해야

전문가들은 과거 실적에 대해 검증을 받지 않은 기업은 투자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관리종목이나 투자유의종목에 대한 투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관리·투자유의종목에 편입된 70여개 코스닥기업은 이번 상반기부터 교체된 외부감사인을 통해 감사(반기보고서 검토)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올해부터 관리·투자유의 종목에 지정된 업체들은 금융감독위원회가 직접 선임한 외부감사인을 통해 감사를 받게 돼있다"며 "이에 따라 감사 자체가 깐깐하게 이뤄져 실적이 보수적으로 산출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코스닥시장 관계자는 "내년 집단소송제 시행을 앞두고 회계법인의 감사가 더욱 강화되는 추세"라면서 "앞으로 정정공시를 통해 실적을 낮추는 기업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