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오후 3시 과천 정부청사 재정경제부 지하 대강당.1천석이 넘는 극장식 강당에 2백명 남짓한 재경부 직원들이 띄엄띄엄 자리를 잡았다.

김안제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의 특강을 듣기 위해서였다.

이 강연은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공무원들의 공감대 형성을 위해 추진위원회가 마련한 각 부처 순회 특강 중 하나.

먼저 김광림 재경부 차관의 간단한 인사말에 이어 신행정수도 이전 추진과정 등을 소개하는 홍보영상이 15분간 상영된 뒤 김 위원장이 강단에 올랐다.

지난 4일 외교통상부 강연에서 "남북간 전쟁이 나서 평택쯤에서 휴전된다면 인구의 5할과 국력의 7할이 빠져 나간다"는 '쇼킹 발언'이 여론의 포화를 맞았던 것을 의식했는지 김 위원장의 이날 강연 내용은 매우 평범했다.

말복 더위에 나른한 오후,지루한 강연 내용은 강연장의 김을 빼놓기에 충분했다.

강연 초반 차관과 일부 간부들이 차례로 자리를 뜨자 반듯이 앉아 있던 공무원들의 자세는 이내 풀어졌다.

고개를 꾸벅이며 조는 사람,귀에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듣는 사람,아예 고개를 뒤로 젖힌 채 낮잠을 자는 사람….영락없는 '민방위 정신교육장' 풍경이었다.

청중이 흐트러지자 교수 출신의 김 위원장은 한두차례 우스개 소리로 분위기를 반전시키려 했다.

그러나 좌중에선 맥 빠진 웃음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1시간의 강연 뒤 질의응답 시간엔 어색한 침묵만 흘렀다.

결국 질문 하나 받지 못한 김 위원장은 힘 없는 박수소리를 뒤로 한 채 서둘러 강당을 떠났다.

이 강연회에 참석한 공무원 대부분은 행정수도 이전의 직접 당사자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8년 뒤 그 공무원들 대부분이 새 행정수도로 생활 터전을 옮겨야 한다.

집을 이사하고 자녀들을 전학시켜야 할지 모른다.

때문에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와는 사뭇 분위기가 다를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행정수도 이전을 총지휘하는 김 위원장을 대면한 공무원들의 표정은 이상하게도 무관심 그 자체였다.

이전 당사자들로부터도 관심을 끌지 못하는 신행정수도 이전.이런 판국에 국민적 합의나 공감대 도출까지 기대하기는 애당초 너무 큰 욕심이 아닌가 싶다.

차병석 경제부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