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춧값이 슈퍼마켓에서는 2천원인데 산지에서는 5백원이라는 보도를 볼 때마다 농산물 유통정책 담당자로서 책임감을 느끼면서도 농산물의 특징을 이해해 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많은 사람들은 마진 1천5백원을 중간 상인이 모두 챙기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조사 결과 작업비 운송비 상·하차비 임대료 폐기비 등이 1천원 정도 발생하고 나머지 중간상 마진은 5백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마진의 70%는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인 것이다.

왜 그럴까? 농가의 영농 규모가 영세하고 농업인 유통조직도 없어 산지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농가별로 소량씩 출하함에 따라 유통 과정상 규모의 경제효과가 사라져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농협이 제 역할을 한다면 산지유통을 규모화할 수 있으나 1천3백개 농협 중 대다수는 위험성 있는 유통사업보다는 안전한 신용사업에 안주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산지의 영세한 농산물 유통 시스템이 유통단계를 복잡하게 만들고 물류의 효율성을 저해,유통비용을 높이는 것이다.

특히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유통마진의 50%가 소매단계에서 발생한다는 점이다.

소매단계 마진이 높은 것은 비싼 인건비와 임대료 때문이다.

서울 야채상의 3∼5평 규모 월 임대료가 1백만원,고용 인건비가 2백만원 수준이다.

산지에서 공짜로 배추를 가지고 와 2천원을 받고 판다면 매월 1천5백포기,매일 50포기를 팔아도 임대료와 인건비를 제외하면 아무 것도 남는 것이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농산물 유통마진을 줄이려면 산지 유통사업의 규모화를 통해 소비자와 직거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산지와 대형 유통업체의 직거래시 생산자는 30% 정도 높은 가격을 받고,소비자는 10% 낮은 가격으로 구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위해 정부는 산지유통센터(APC)를 거점으로 품종 통일,계약 재배,공동 출하 등을 유도하고 있다.

특히 농협은 유통사업을 규모화할 수 있도록 현재의 읍·면 단위 수준에서 시·군 단위 수준으로 합병돼야 한다.

산지유통이 규모화되면 농산물도 공산품처럼 산지에서 규격화·브랜드화 출하가 가능해 기존 도매시장을 통한 5∼6단계의 유통단계를 3∼4단계로 축소할 수 있고,수송 하역 보관 등 물류의 기계화도 가능해 불필요한 유통마진을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