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전유종에 걸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등 천정부지로 치솟자 정부와 업계가 대응책 마련에 초비상이 걸렸다.

이번 유가급등은 공급부족에 대한 불안심리의 영향이 큰 만큼 수급에 차질을 주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일반적이지만 당장 유가를 하락시킬 요인이 거의 없는 상황이어서 유가 급등세는 당분간 꺾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관계부처간 긴급 대책 마련에 들어갔고 유가에 민감한 산업계는 원가 및에너지 절감에 총력을 쏟고 있다.

◆ 유가 어디까지 오르나 = 4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국제유가는 국내 원유수입 물량의 70%를 차지하는 중동 두바이유 현물가가 배럴당 37.51달러, 미국 서부텍사스중질유(WTI) 9월물 선물가가 44.15달러로 모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두바이유가 37달러를 넘어선 건 걸프전 당시인 지난 90년 9월29일(37.04달러)이마지막이며, WTI의 경우 지난 83년 뉴욕 시장에서 원유 선물거래가 시작된 이래 종가기준으로 최고 가격이다.

전문가들은 유가 급등세가 최소한 8월 한달간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잉여생산능력 고갈, 러시아 유코스 세무조사, 중동 테러위협, 베네수엘라 정정불안 등 불안요인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데다 미국 가솔린성수기가 9월초까지 이어지는 등 당분간 유가 하락요인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구자권 석유공사 해외조사팀장은 "선물시장의 투기자금 움직임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WTI의 경우 배럴당 50달러대까지 갈 수도 있고 두바이유는 8월 한달간 평균가격이 35달러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구 팀장은 "그러나 9월 이후 미국 가솔린 성수기가 끝나고 고유가 탈피를 위한공급 증가가 지속되면 두바이유가 30-35 달러대를 유지하는 등 유가가 어느정도 안정세를 되찾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 정부 실효성있는 유가대책 검토 = 정부는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지시에 따라 범정부차원의 실효성있는 유가대책 마련을 위해 숙고하고 있다.

오는 6일 경제장관간담회를 통해 발표될 것으로 보이는 이번 유가대책의 핵심은교통세 등 내국세와 석유수입부과금 인하 여부다.

정부는 지난 5월 국무회의에서 세금인하를 통한 유가 상승분 흡수를 검토했으나시행에는 이르지 못했고 중장기적이고 자발적인 에너지절약 대책만을 실시해왔다.

그러나 안정될 것으로 관측됐던 국제유가가 다시 요동치고 국내 주유소의 석유제품 가격도 급등세가 멈추지 않자 일단 단기적이라도 실효성있는 처방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와함께 소비자와 제조업체의 에너지절감 유도, 고효율 전동기 설치장려금 확대, 고속도로 통행료전자지불시스템(ETS) 도입, 전력 절약우수가정에 현금을돌려주는 '캐시 백' 제도 실시 등도 확대 시행할 방침이다.

이밖에 ▲신.재생에너지 개발, 보급 및 해외자원개발 예산 증액 ▲태양광주택보급 활성화를 위한 발전설치 비용 지원 ▲국가에너지위원회 구성.운영 ▲에너지특별회계 융자금리 인하 등도 추진할 예정이다.

◆ 산업계 자발적 에너지대책 수립 = 항공사들은 경제항로 및 고도 운항, 항공기 무게 축소 등 에너지 절약을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시행하고 있으며 최근엔 연료관리팀을 두고 최적의 항공유 구매 및 관리를 통해 운항비용을 5% 정도 줄이는 데에 주력하고 있다.

항공사들은 고유가가 지속되면 일부 노선의 운항축소나 잠정중단도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며 8월 성수기가 끝난 뒤에도 유가수준이 낮아지지 않으면 감축이 일부현실화될 전망이다.

LG화학은 공정상 발생하는 폐열을 재생하는 시스템으로 올해 158억원을 절감할계획이며 삼성아토피나는 충남 대산지역의 15개 단위 공장간의 에너지 사용을 한눈에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다중 이용시설인 유통업계는 단계별 절약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데 롯데백화점은지난 5월 `에너지 긴축 운영안'을 시행한데 이어 3일부터는 냉방온도를 1도 높이고이달 중순부터는 매장 조도를 15% 낮추기로 하는 등 추가 대책에 들어갔다.

신세계백화점도 최근 매장 온도를 섭씨 24도에서 25도로 올렸고 영업 종료 30분전에 냉방시설 가동 중지도 검토중이며 본점의 경우 옥외 전면광고 소등시간을 저녁8시에서 7시30분으로 단축할 계획이다.

효성 울산공장은 사업부문별로 동력팀장 등 담당자들이 매일 회의를 열고 전력비용을 분석하고 있으며 에너지관련 담당자들이 공장의 생산현장을 정기적으로 순회하며 절약 방안을 모색하는 `에너지패트롤' 제도도 시행중이다.

삼성전자는 태평로 본관의 경우 낮 12-1시 실내등이 자동 소등되고 공장마다 `에너지 지킴이'를 운영해 에너지 낭비사례를 점검, 개선하고 있으며 대우일렉트로닉스는 공장설비향상프로그램(LCA)으로 에너지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병행하고 있다.

대우조선은 주5일제 도입에 따른 토요 특근을 특정 토요일에 몰아서 실시하는집중근무제로 에너지 절약을 극대화하고 있으며, 현대산업개발은 건설현장 차량이동상황을 본사에서 통합 관리, 겹치는 이동경로 조정을 통해 석유 소비를 줄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산업팀 faith@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