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노조가 파업에 돌입할 경우 비행기의 발이 묶일 수밖에 없어 여름철 휴가객 및 화물수송에 막대한 차질이 예상된다.
건설교통부 항공안전본부와 대한항공은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면 비조합원 등 대체인력을 투입할 계획이지만 동원이 가능한 인력이 극히 제한돼 있어 '항공대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 조종사노조 초강수 빼드나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이날까지 진행된 파업 찬반투표에서 재적 조합원 70.7%(9백2명)의 찬성률로 파업을 가결했다.
노조는 2일 쟁의행위대책위원회를 열어 파업 일정을 포함한 투쟁방향을 논의했으며 3일 공식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노조는 올 임금협상에서 기본급과 비행수당 각 9.8% 인상, 상여금 50%포인트 인상 등 총액기준 11.3%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측은 조종사의 평균 연봉이 기장 1억1천만원, 부기장 8천1백만원에 이르는 데다 이미 임금협상이 끝난 일반 직원들과 형평성을 감안, 기장의 경우 기본급 6% 비행수당 5% 인상, 부기장은 기본급 5% 비행수당 3% 인상안을 최종안으로 제시한 상태다.
이에 대해 노조측은 연봉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조종사 업무의 특성을 감안하면 자신들의 요구가 무리한 내용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로선 노조가 실제 파업에 들어갈지 여부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우선 '1억원의 고액 연봉을 받으면서 파업을 벌이려 한다'는 따가운 여론이 적지 않은 부담이다.
여기에 파업에 따른 승객불편과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는 비난도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노사는 금명간 집중교섭에 들어가 타결을 시도할 예정이어서 막판 타협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한항공 조종사들은 지난 2000년 5월과 10월, 2001년 6월 모두 세 차례나 파업에 돌입, 항공운항에 큰 혼란을 빚은 적이 있다.
◆ 승객 불편…경제 치명타
조종사노조가 파업에 돌입할 경우 대체인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아 승객 및 화물수송 기능이 상당부분 마비된다.
특히 항공 화물수송 비중이 절대적인 반도체 휴대폰 등 IT제품 수출에도 막대한 차질이 예상된다.
대한항공이 하루에 태워나르는 승객은 국내선 및 국제선 각 3만명씩에 이른다.
여기에 올 상반기 수출액이 3백64억8천만달러인 IT 제품을 포함해 항공화물의 3분의 1 가량을 담당하고 있어 파업이 일어나면 우리 경제활동이나 수출에 엄청난 후폭풍을 불러올 것이 자명하다.
대한항공의 비조합원 및 외국인 조종사 5백50여명이 커버할 수 있는 항공편은 전체 운항편수의 3분의 1 가량에 불과한 실정이다.
한편 아시아나항공 노조도 기본급 6% 정액인상, 생리휴가 유급 유지 등을 요구하며 3일까지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벌일 예정이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