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조종사 노조가 2일 파업을 가결함에 따라 파업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조종사 파업으로 상당수 비행기가 발이 묶일 경우 대한항공은 국내외 비행기 운행을 크게 축소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여름철 휴가객 및 화물 수송에 막대한 차질이 예상된다 항공안전본부와 대한항공은 파업이 발발하면 비조합원 등을 최대한 동원, 비상수송에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가용가능한 인원이 제한돼 있는 등 운신의 폭이 좁아 `항공대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파업으로 가나=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이날 파업찬반투표에서 재적인원 기준 70.5%의 찬성률로 파업을 가결했으며 이에따라 조종사 노조가 파업으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2일 밤 쟁의대책위원회 등을 열어 파업에 들어갈 것인지, 파업을 한다면 언제 파업할 것인지 등을 논의한다.

그러나 노조가 파업에 들어갈 것인지를 미리 예단하기는 어렵다.

조종사 노조로서는 무엇보다도 일반인들도 훨씬 많은 연봉을 받으면서 임금인상을 놓고 파업을 벌인다는 사회의 따가운 시선이 적지않은 부담이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올 임금협상에서 기본급과 비행수당 각 9.8% 인상, 상여금 50% 인상 등 총액기준 11.3%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으며 조종사 노조 공제조합설립 등도 요구조건으로 내놓고 있다.

회사는 조종사의 평균 연봉이 기장 1억1천만원(최소 9천300만원, 최고 1억7천만원), 부기장 8천100만원(최소 7천200만원, 최고 1억1천만원)에 이르는 고소득자인데다 이미 임금협상이 끝난 일반 직원들과 형평성을 감안, 기장의 경우 기본급 6%-비행수당 5% 인상, 부기장은 기본급 5%-비행수당 3% 인상안을 최종안으로 제시한 상태다.

회사측은 또 연봉 외에도 자녀수에 관계없이 중.고.대학교 학자금을 전액지원하고 가족들에게 무료항공권을 지급하는 한편 조종사들이 재해를 당해 비행을 할 수없을 경우에도 최장 2년까지 본래의 임금을 보장해 주는 등 복리후생 제도도 잘 갖춰져 있다고 전했다.

노조측은 "연봉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조종사 업무의 특성을 감안하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또 연봉이 높다고 쟁의행위를 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해찬 총리가 최근 고임금 근로자의 파업을 비난하는 등 고소득자 파업에 대한 사회적 반감이 커지고 있어 조종사 노조 입장에서는 파업결행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파업에 따른 승객불편과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파업으로 경제를 더욱 어렵게 한다는 비난도 적지않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 노사는 금명간 집중교섭을 실시, 타결을 시도할 예정이어서 막판타협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승객불편.경제 악영향 우려= 대한항공의 파업이 현실화되면 항공산업의 특성상 대체수단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아 상당수 승객이나 화물은 당장 발이 묶이게 된다.

따라서 여름 휴가를 외국에서 보내거나 해외 비즈니스 일정을 잡은 사람들의 상당수는 계획 변경이 불가피하며 반도체, 휴대폰 등의 수.출입도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되는 등 항공대란을 겪게 될 전망이다.

대한항공이 하루에 실어나르는 승객은 국내선 3만명, 국제선은 3만명이다.
또반도체, 휴대폰 등 올 상반기 수출액이 364억8천만달러인 IT(정보기술) 제품을 포함,항공화물의 약 3분의 1가량을 대한항공이 담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파업이 현실화되면 우리 경제활동이나 수출에 엄청난 후폭풍을 불러올 것이라는 점은 자명하다.

아울러 항공편을 통해 제주를 찾는 방문객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제주도 경제도직격탄을 맞게 된다.

항공안전본부와 대한항공은 파업에 따른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조합원 조종사나 대체인력을 최대한 가동하고 외국 항공사들에게 임시편을 최대한 투입해줄것을 요청한다는 방침이다.
대한항공은 비조합원 및 외국인 조종사 550여명을 최대한 가동한다는 방침이지만 이들이 커버할 수 있는 부분은 전체 운항편수의 3분의 1가량에 불과, 상당부분 감축운항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편명공유 등의 제휴를 맺고 있는 외국 항공사들의 협력을 최대한 이끌어내승객 및 화물 수송에 나서겠지만 외국항공사들의 좌석 등이 제한돼 처리물량에는 한계가 있어 심각한 경제적 후유증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서울=연합뉴스) 신삼호기자 s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