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케리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29일 "힘은 거친 말투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의 정치 스타일과 자신에 대한 부시 진영의 `나약한 지도력'이라는 공격에 대한 반박인 셈이다.

케리 후보는 이날 전당대회 마지막날 후보 수락 연설에서 예상대로 새로운 정책구상을 제시하기보다는 `국가안보를 책임질 수 있는 단호하고 결단력있는' 지도자상 구축에 주력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조지 부시 대통령의 업무수행 지지도가 50% 이하로 떨어지고경제 성적에 대한 평점이 낮은 상황에서도 케리 후보의 지지도가 부시 대통령과 50대 50의 벽을 뚫지 못하는 주된 이유가 미국의 안보 위협에 대응하는 능력과 자질이부시 대통령에 비해 떨어진다는 유권자 인식때문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케리 후보는 앞으로도 `강한 지도력' 이미지 구축에 선거유세의 초점을 맞추고 존 에드워즈 부통령 후보는 노동자 가정 출신이라는 자신의 개인사를 엮어 부자와 빈자로 나뉜 2개의 미국을 하나의 미국으로 만든다는 경제분야 `희망'을제시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케리 후보는 이날 조지 부시 대통령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전쟁을 하고싶어 하지 않고 어쩔 수 없을 때만 하는 오랜 미국의 전통"을 되찾겠다거나 "사실이정치로 인해 왜곡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는 등의 말로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전전 과정을 비판했다.

케리 후보는 이와 함께 자신의 안보관념이 나약하지 않다는 것을 주장하기 위해"필요할 때 무력 사용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며, 어떠한 공격에도 신속하고 확실하게대응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그러나 케리 후보는 이라크 문제를 포함한 국가안보 문제의 해법에 대해 `더 강한 군대 건설과 해외 동맹관계 강화'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 함으로써, 이런 수사만으로 불확실성의 시대에 불안해 하는 미국 유권자들을 강하게 끌어당길 수 있을지주목된다.

케리 후보는 이번 나흘간의 전당대회에서 수십명의 연사를 통해 자신을 미국 유권자에게 소개한 뒤 30일부터 20일간의 20여개주 순회 유세를 통해 `미국을 더욱 안전하게 만들 수 있는 강한 지도자' 이미지 확산에 들어간다.

그러나 부시 재선 진영은 이미 케리 후보의 전대 효과를 상쇄하고 특히 국가안보 지도자 이미지 구축 시도를 초동 단계에서 좌절시키기 위해 접전지역 주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선거 광고를 내보낼 계획이다.

게다가 부시 대통령도 곧바로 전국 유세를 통해 민주당 전대 효과 잠식에 주력할 예정이어서 앞으로 1-2주가 민주당 전대 효과의 확산과 차단에 갈림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치가 극심하게 양극화돼 웬만한 변수엔 교착상태의 지지도 구도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지만, 그런 만큼 적은 부동표의 흐름도 선거분위기를 바꿔 놓을 수 있다.

이날 후보 수락 연설로 미뤄 케리 후보는 앞으로 이라크 정책과 미국의 정보기관 체제 개혁, 테러위협 대책 등 안보쟁점을 갖고 부시 대통령에게 도전할 것으로예상된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정보기관 개혁 문제의 경우 개혁 조치 착수 발표만으로도이미 케리 후보의 공격 예봉을 무디게 할 수 있는 현직 대통령의 이점을 안고 있다.

케리 후보의 안보 쟁점을 소재로 한 현직 대통령에 대한 도전은 상당한 위험을수반했다고 할 수 있다.

케리 후보 선거참모들은 케리 후보가 후보 수락 순간부터 선거자금원으로 부시대통령보다 더 호조를 보이고 있는 자체 모금 자금 대신 국가 보조금 7천500만달러만 쓰기로 결정한 것도 도박으로 보고 그 결과에 초조해 하고 있다고 미국 언론들은전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이달말 전당대회까지 공식 후보가 아닌 신분으로 자체 모금을 통해 제한없이 모금하고 제한없이 사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유.불리 계산에 따라선후보로 공식 선출된 후에도 국가 보조금을 받지 않고 자체 모금으로 충당, 제한없이선거자금을 쓸 수 있는 선택권이 남아있기때문이다.

(보스턴<美매사추세츠주>=연합뉴스) 윤동영특파원 y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