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존 케리 상원의원이 향후 대선 승리시 구성할 내각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지만 민주당 대의원들 사이에서는 벌써 하마평이 무성하다.

폭스 뉴스 인터넷판 등 미 언론이 29일 전한 바에 따르면 케리 후보가 조각(組閣) 구상에 대해 침묵을 지키는 것은 당 간부들이 각료 임명이란 `잿밥'에 관심을쏟기 보다, 대선 승리를 위해 매진케 하려는 의도지만 플리트 센터에서 열린 보스턴전대에 참석한 대의원들은 이에 개의치 않고 희망사항을 털어놓고 있다는 것.

오하이오주 출신의 대니얼 트로이 대의원은 웨슬리 클라크 전 나토군사령관을 국방장관, 리처드 게파트 하원의원을 노동장관, 그리고 맥스 클리랜드 전 상원의원도 각료 후보로 거론한뒤 "케리 후보가 평화부를 창설할 경우 데니스 쿠치니치 하원의원(오하이오주)이 적임자"라고 주장했다.

오레곤주 출신의 도밍가 로페즈 대의원은 빌 리처드슨 뉴 멕시코 주지사를 국무장관, 밥 메넨데즈(뉴저지주) 하원의원을 교육부 또는 보건부장관 후보로 거명했다.

그녀는 보건부 장관 후보로는 메넨데즈 외에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거론하면서 "그녀는 사실관계를 잘 파악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나라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에 대해 정보와 순발력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신시내티에서 온 아프리카계 출신의 대의원인 스티븐 리체 대의원은 미국을 대표하는 내각을 구성해야 한다면서 "세계의 다수는 유색인종인 만큼 무지개처럼 다양한 인사들로 내각을 구성하지 않으면 세계의 존경을 받을수 없다"고 강조한뒤 테네시주 출신의 해롤드 포드 의원을 추천했다.

일부 대의원들은 자기주 출신의 의원이나 주지사를 추천하기도 했는데 북미 인디언 대부족인 나바호족 출신의 대의원인 로즈마리 깁슨은 자기 부족이 살고 있는뉴 멕시코주의 빌 리처드슨 주지사를 국무장관 감으로 강력히 추천했다.

그는 이어 "내무장관은 아메리카 원주민 사정을 잘 아는 인사가 필요하다"면서지난 2001년 취임이후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자치권을 여러차례 지지해온 재닛 나폴리타노 애리조나 주지사를 추천했다.

일부 열성적인 민주당 활동가들은 보스턴 전대를 계기로 유력 정치인과 대의원들을 만나 자신들의 이익과 목적에 맞는 각료 후보에 대한 입장을 강력히 개진하고있다.

미국철강협회 소속 관계자인 앤 플레너는 "노동부 장관은 노동자들의 권리는 물론이고, 노동에 대해 올바른 생각을 가진 리처드 게파트 의원이 당연히 임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트남전 참전용사인 아시 비어드는 "베트남전 참전 등 군 경력으로 볼때 맥스클리랜드가 국방장관으로 적격"이라고 강조하면서 하워드 딘 전 버몬트 주지사를 보건부 장관으로 추천하고, 클라크 전 나토 사령관 등 케리 후보의 일부 경쟁자 이름도 내각 참여 후보로 거론했다.

노스이스턴 대학교 법대생이자 낙태권리 옹호단체인 진보적 성향의 `NARAL Pro-Choice America' 자원봉사자인 제시카 코프랜드양은 "나이들고, 백인 중심의 내각구성엔 싫증이 난다"면서 "여성들을 대거 기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힐러리 의원의 내각 기용에 대해 "힐러리가 장관이 되는것도 좋지만 나는 그녀가 상원을 떠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거스 스티는 앨 고어 전 부통령이 지난 26일 전대에서 보여준 활약상을 지적하면서 "그가 국무장관이 되면 훌륭하게 임무를 해낼것"이라고 말했다.

대의원들의 하마평을 종합해 보면 빌 리처드슨 주지사와 클리랜드 및 게파트 의원의 이름이 반복되어 나오고 있는 반면 앨 고어 전 부통령의 이름은 자주 등장하지않아 내각 기용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대의원들의 하마평은 `비과학적인 여론조사'에 불과하지만 바닥 민심을 알수 있는 척도란 점에서 향후 케리 후보의 최종 구상이 주목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안수훈 기자 a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