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열릴 예정이던 이라크 국민회의(National Conference)가 유엔 요청으로 2주 연기됐다.

국민회의는 31일 부터 바그다드에서 전국 18개주(州)에서 선출된 1천여명의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막되어 임시정부의 입법부 기능을 수행할 과도국민위원회(Interim National Council:INC)를 구성할 예정이었다.

이라크 민주화에 있어서 중대한 진전으로 평가될 국민회의는 예산승인,행정명령에 대한 거부권, 각료 임명권 및 내년 1월 실시될 예정인 총선에 대한 세부 규칙제정권을 갖는 100명의 과도국민위원을 선출할 계획이었다.

푸아드 마숨 국민회의 준비위원장은 29일 "회의 준비는 모두 완료됐지만 유엔요청에 따라 2주 연기키로 결정했다"면서 "회의 연기는 이라크내 모든 세력과 대화를 계속하고, 의제에 대한 언론의 관심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마숨 준비위원장의 보좌관인 압둘 하림 알-루하이미는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이 서한을 보내 국민회의 개최 연기를 직접 요청했으며, 가지 알-야웨르 이라크 임시정부 대통령이 답신을 보내 연기결정을 아난 총장에게 통보했다"고 말했다.

국민회의 개최 연기는 28일 바그다드 북동부에서 주권이양후 최악의 자살 차량폭탄테러 등 저항세력의 연쇄공격으로 120명 이상이 사망한뒤 하루만에 나왔고,그동안 저항세력의 주요 `테러 표적'이 될것이란 관측이 제기돼 왔으나 마숨 준비위원장은 치안문제가 회의 연기의 핵심 요인은 아니라고 말했다.

알-루하이미 보좌관은 국민회의 개최연기는 이 회의에 참석을 거부하고 있는 여러 정치단체들을 설득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과격 시아파 지도자 알-사드르를 비롯해 수니파내에서 영향력이 있는 단체인 이슬람 학자연합이 국민회의 참가를 거부했고, 과거 이라크 과도통치위(IGC)에참여했던 첫 수니파 정당이었던 `이라크 이슬람 정당'도 28일 대표단을 철수시킬 것이라고 밝히는 등 많은 정치단체들이 국민회의 참가를 거부해왔다.

전국 18개주 가운데 거의 절반에 가까운 주에서 회의 개막을 수일 앞두고서야대표단을 선출하거나 주요 정당들이 대표단 선출을 일방적으로 주도하고 또 다른 주에서는 대표단 선출을 위한 투표 마감시한까지 투표용지가 전달되지 않는 등 대표단선출이 파행적으로 진행됐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바그다드에 주재하는 유엔 자문관인 자말 베노마르는 "국민회의는 이라크에서정치, 종교, 인종, 문화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회의"라면서 "따라서 내년 1월까지의 과도기간에 국민회의가 다룰 치안,재건, 정권이양, 선거 등 중요 현안에 대한 인식을 제고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유엔은 당초 국민회의를 2주 이상 연기할 것을 요청했으며, 라크다르 브라히미유엔특사는 지난 28일 밤 국민회의 준비위에 전화를 걸어 회의 개최의 연기를 요청했지만 준비위는 2주만 연기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라크 내 한 무장단체가 이라크 임시정부에 대한 요르단의 지지 철회를요구하며 요르단인 4명을 인질로 잡고 있다고 두바이 방송이 29일 전했다.

`이라크 무자헤딘 죽음의 여단'이란 단체는 두바이 방송에 보낸 비디오 테이프를 통해 "우리는 미 점령군에 대한 요르단 정부의 지지를 중단시키기 위한 압력의일환을 4명의 인질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요르단 국영방송도 목격자들의 말을 인용, 요르단 운전기사 4명이 무장단체에 의해 납치됐다고 이날 보도했으며, 목격자인 무스타파 아베드는 운행 도중4대의 차량에 나눠 탄 괴한들의 습격을 받았다면서 이들에 의해 같이 가던 트럭 운전기사 가운데 4명이 납치됐다고 밝혔다.

한편 이라크 경찰이 최근 대부분 인접국가에서 침투한 270명의 테러리스트를 체포했다고 이라크 내무장관이 29일 밝혔다.

팔라흐 하산 알-나키브 내무장관은 런던에 본부를 둔 일간 `아샤르크 알-아우사트'와의 인터뷰에서 체포된 테러리스트중 일부는 시리아와 이란인 이라면서 "자살테러를 자행하는 사람중 90%는 외국인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바그다드.두바이.암만 AFP.AP=연합뉴스) a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