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강의 주인공을 모두 가린 2004아시안컵축구선수권대회 조별리그 결과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3국의 건재와 사우디아라비아의 몰락이다.

한.중.일이 모두 각조 1위에 오른 반면, 중동 축구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는 1무2패로 C조 최하위에 그쳐 충격을 줬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카타르, 아랍에미리트연합(이상 1무2패) 등 중동축구의 전통 강호들이 모두 몰락하는 사이 요르단(1승2무), 오만(1승1무1패) 등이선전하며 세대 교체를 선언한 것도 이채롭다.

선수 개인으로는 지난 대회 득점왕 이동국(3골.한국), 일본의 미드필더 나카무라 순스케(2골) 등이 명성에 걸맞은 활약을 보인 반면 아시아의 정상급 스트라이커로 군림해온 알리 다에이(이란)와 하오하이둥(중국.이상 1골)은 부진과 부상 등으로 서서히 뒤켠으로 밀려나는 기미를 보였다.

▲동아시아 축구, 쾌조의 스타트 홈팬들의 열광적 응원을 등에 업은 개최국 중국은 바레인과의 개막전에서 2-2로비겨 불안감을 드리웠으나 인도네시아를 5-0으로 대파하고 카타르마저 1-0으로 꺾으며 일약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부상 때문에 카타르전에 결장한 하오하이둥의 공백이 길어질 조짐이기는 하지만간판 수비수 정지와 리웨이펑을 중심으로 한 수비 라인은 2연승의 밑바탕이 됐다.

일본은 대회를 앞두고 해외파 스타 4명과 국내파 스트라이커 구보 다쓰히코가줄줄이 전력에서 이탈해 예년보다 약할 것으로 관측됐지만 '죽음의 조' D조에서 손쉽게 2연승을 거두고 선두에 오르는 저력을 보여줬다.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을 새로 영입한 한국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올림픽대표팀차출과 부상 선수들의 공백이 우려됐지만 쿠웨이트를 4-0으로 대파하며 조 1위를 차지해 월드컵 4강국의 체면을 살렸다.

▲중동 축구의 세력 재편 대회 웹사이트(www.asiancup2004.com)가 실시하고 있는 '가장 실망스러운 팀' 인터넷 투표에서 29일 현재 압도적인 1위를 달리는 팀은 사우디아라비아로 무려 89.9%의 지지(?)를 얻고 있다.

6.1%의 아랍에미리트연합(UAE)가 2위, 3.9%의 카타르가 3위에 올라 중동 축구의간판 국가들의 몰락상을 그대로 보여줬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특히 약체로 꼽혔던 투르크메니스탄과 2-2로 비긴 뒤 우즈베키스탄과 이라크에 연패하며 C조 최하위로 대회를 마감해 우승후보의 체면을 구겼다.

반면 '복병' 정도로만 예상했던 요르단과 오만, 바레인은 인상적은 플레이로 중동 축구의 신흥 강호로 부상했다.

요르단과 바레인은 각각 조 2위로 8강 진출에 성공했고, 오만은 비록 8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우승후보 일본과 이란을 상대로 한수 위의 경기내용을 선보여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떠오르는 별들 이동국과 나카무라 등 각국의 스타들이 대부분 명성에 걸맞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사이 이번 대회 조별리그를 통해 새롭게 명함을 내민 신예들의 활약도 눈부시다.

오만의 신성 이마드 알리(19)는 번개같은 스피드와 뛰어난 골 결정력을 과시하며 이란전 2골, 태국전 1골을 각각 몰아쳐 총 3골로 이동국과 함께 득점랭킹 공동선두에 이름을 올렸다.

홈팀 중국의 공격형 미드필더 샤오지아이(24)는 지긋지긋한 부상 악령을 털고인도네시아전 2골 1도움으로 대표팀에서의 입지를 굳혔고, 요르단의 골키퍼 아메르 샤피(22)도 한국전을 비롯한 3경기 내내 눈부신 선방으로 펼치며 무실점 완벽 수비를 선보였다.

(지난<중국>=연합뉴스) 강건택기자 firstcirc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