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를 지명하는 전당대회를 취재하기 위해 보스턴으로 가다보면 1km가 멀다하고 교통 통제 표지판을 만나게 된다.

보스턴 시내까지 들어가는 93번 간선도로가 전당대회기간 중 오후 4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 통제된다는 것이다.

안전을 위해 이곳을 통제하다 보니 보스턴 시내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은 죽을 맛이다.

본인들이 도심으로 들어가는 것도 어렵고 손님도 줄기 때문이다.

전당대회에 참석한 대의원들이 묵는 도심의 한 호텔 건너편에서 카메라점을 운영하고 있는 칼 더데리안은 이번 주 아예 문을 닫아버렸다.

도로 통제와 경찰의 보안검색 강화로 통행 자체가 불편해 장사를 포기했다.

그는 전당대회 때문에 한달 매출의 25%가 날라갔다고 울상을 지었다.

테러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도심에는 쓰레기통과 신문판매대가 모두 치워졌다.

서포크 대학의 비컨 힐 연구소가 보스턴 주변의 1백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3%가 전당대회 중 매출이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떨어질 것으로 우려했다.

보스턴 지역의 최대 제조업체라고 할 수 있는 질레트도 교통혼잡을 피하기 위해 직원들의 퇴근시간을 오후 3시30분으로 당겼다.

비컨 힐 연구소는 전당대회로 인해 보스턴 지역경제가 8백20만달러의 손실을 입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세일 보스턴 2004' 행사도 취소됐다.

이 행사 하나만으로도 8천5백만달러가 보스턴 지역에 뿌려지는데 전당대회 때문에 날라가 버렸다.

그러나 보스턴시 공보관은 고개를 흔든다.

그는 전당대회가 엄청난 이익을 안겨준다고 주장한다.

그는 전당대회 기간 중 각종 파티와 연주회 등이 2백건 넘게 열려 보스턴은 1억5천만달러 이상의 경제적 혜택을 입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스턴 지역의 언론들도 '축복인가,재앙인가' 라는 제목으로 전당대회의 경제적 득실을 상세하게 다뤘다.

대선 후보는 자신의 이미지를 전 국민에게 확실하게 심어줄 수 있는 중요한 날이다.

하지만 정치행사에 무관한 일부 보스턴 시민들은 생계 타격을 걱정하고 있었다.

보스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