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공업도시 이제프스크의 시장에 가보면 서방 기업들이 왜 러시아를 해적의 왕국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알 수 있다.

그 곳에서는 `아더왕', `트로이', `스파이더맨 2' 같은 신작 미국 영화의 불법복제판이 단돈 3달러에 팔린다.
또 서방 상점에서 600달러짜리 프로그램인 `포토샵8.0'은 2.75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러한 시장은 러시아 도처에 산재해 있다.

이 해적행위는 오랫동안 외교적인 쟁점이 돼 왔으며 미국은 러시아가 연간 10억달러 이상의 미국 지적재산권을 도둑질하고 있다는 주장을 펴왔다.

그러나 요즈음은 도리어 러시아가 이 문제로 미국을 공격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 인터넷판은 26일 미국이 전세계에서 러시아 제품의 복제를 관리하는 등 필요에 따라 지적재산권 해적행위를 선동하고 있다는 러시아 업계와 제품 설계자의 주장을 소개했다.

세계적으로 복제되는 대표적인 러시아 제품은 소프트웨어나 음악이 아닌 칼라슈니코프 자동소총이다.
이 소총은 역대 화기 가운데 가장 많이 생산된 것이다.

이 소총을 처음 설계했던 미하일 칼라슈니코프는 "우리는 칼라슈니코프라는 내이름을 딴 수많은 소총들을 볼 수 있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러시아가 아닌) 다른국가에서 칼라슈니코프 소총을 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과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정권이 붕괴된 이래 미국은 아프간과 이라크에 새로운 군과 경찰을 무장시키기 위해 AK-47로 불리는 칼라슈니코프소총의 복제품 수천 정을 구매해왔다.

문제는 이들 소총이 러시아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신 소련연방시절 소련의 동맹국이었던 동유럽 국가들의 무기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다.

러시아 군수산업 관리들은 러시아 이외에 AK-47소총을 만들수 있는 특허를 가진나라는 없으며 미국이 지적재산권 위반을 부추겨왔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미국이 러시아 이제프스크에서 생산되는 AK-47소총을 구매할 것을 바라고 있다.

러시아 국영무기수출회사 로소보로넥스포르트의 이고리 세바스탸노프 부장은 "우리는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미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이 불행히도 규범을 어기고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미국 관리들은 러시아제가 아닌 칼라슈니코프 소총이 미국의 지원으로 아프간과이라크에 공급돼왔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재석기자 bondong@yna.co.kr